울산시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26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농축산물, 수산물 등 추석 성수품 14개 품목을 중점 관리하기로 했다. 배추ㆍ무ㆍ사과ㆍ배 등 농산물 4종과 명태ㆍ오징어ㆍ갈치ㆍ조기 등 수산물 4종, 밤ㆍ대추 등 임산물 2종이다, 추석대목 직전에 이들 품목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훤히 보인다.

`지자체 따로, 시장 따로`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다. 명절 목전에 행정관서가 발표한 물가관리 대책이 실제 시장 가격 형성에 제대로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방법을 찾지 않으면 해마다 명절 성수품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뛸 수밖에 없다. 

판매하는 곳에 따라 성수품 가격이 천차별인 게 가장 큰 문제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값이 50% 이상 차이 나는 품목도 있다.

A 백화점에서 8천 500원인 배추 한 포기 값이 재래시장에선 5천원이다. 양쪽 차이가 70% 수준이다. 시장 수요에 따라 정상적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게 아니라 물류업체나 상인이 어림잡아 값을 매기는데다 중간 유통과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명절 대목에 단돈 몇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백화점, 마트, 재래시장을 번갈아 찾는 주부들에겐 여간 당혹스런 일이 아니다.

백화점에선 `가격표가 갑`이고 재래시장에선 `상인들이 갑`이라는 말이 있다. 그들이 매기는 물건 값이 그 대로 가격을 형성한다는 이야기다. 소비자들이 눈을 뻔히 뜨고도 상대방이 요구하는 대로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가격 형성과정이나 판매가를 비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만일 구매자들이 판매처마다의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면 싼 곳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바가지요금`을 뒤집어쓰는 부당함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거의 모든 장바구니 물가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어 상인들이나 대형 물류업체들이 임의로 가격을 형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값이 싼 쪽으로 소비자가 몰려 가격 경쟁력이 형성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평균가격도 이뤄질 수 있다.  

명절 대목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이런 물가 `비교 모니터링제`를 적극 실시할 필요가 있다. 추석 명절이 끝나면 김장철에 앞서 곧 배추ㆍ무 파동이 이어질 것이고 혹한기엔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수산물 가격까지 폭등할 게 뻔하다. 거기다 봄철에 접어들면 가뭄에, 여름철엔 폭염으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러니 전천후로 소비자를 보호할 체계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채소류ㆍ과일ㆍ생선 가격을 일률적으로 나열만할게 아니라 시장별로 가격을 비교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 때 부산이 명절대목에 이 제도를 적용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돼지고기 값이 소고기 값에 버금갈 때 시장별 비교 가격을 고시해 가격 균형에 큰 효과를 봤다고 한다. 이에 더해 울산이 전국 최초로 농축수산물에 대한 상시 물가 모니터링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