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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회> 어느 시인의 변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9/09/01 [15:27]

 한 편의 시가 한 그릇의 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이 말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도
압니다 어떤 시인은 원고 청탁이 줄을 이어서 시를
원고료에 대 봐가며 써 보낸다고 합니다
그 시인에게는 한 편 시가 백 그릇의 밥이겠지요
밥 한 그릇 나오지 않는 그 놈의 시를 써서
죽을 때 지고 가려느냐고 빈정대는 아내의 말이
오늘 따라 하느님 말씀처럼 들립니다

 

한 달이 넘도록 감기에 쿨록 입니다
가래가 목구멍에서 글글글 소리를 냅니다 밤을 새워
돈이 되지 않으면 어떠냐며
시시詩詩한 시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겁게 밀고 올라옵니다
그래요. 지금 내가 앓고 있는 것
그것은 감기가 아니라
죽어야 낫는 그 몹쓸 병 지랄병인지 어질병인지
하여튼 이 세상에는 약이 없는
그런 고약한 병을
이 밤에도 나는 미친 듯이 앓고 있습니다

 


 

 

▲ 정성수 시인   

시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한 기억을 문자를 빌려 표현한 사고思考라고 한다. 진지한 어법을 구사한 시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살아 있는 한편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열정이 있어야한다. 수석 한 점을 위해서 강가를 뒤지거나 심지어는 강물에 몸을 맡기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인내가 뒤따라야 한다. 진정한 포도주는 하루 이틀에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비로소 포도주가 된다. 기다릴 때 숙성되어 깊고 오묘한 맛을 낸다. 뿐만 아니라 고욱苦煜의 참담한 눈꽃들이 핀 외진 산길을 홀로 걷는 발걸음이다. 고독이 뭔가를 알아야 시다운 시를 쓸 수 있다.  그런 시를 위해서는 가슴 속 깊게 사무친 멍울로 단절된 숨결을 어루만져야 한다. 한편의 시를 쓴다는 것은 자연과 사물을 한 호흡최후의 몸부림으로 옹골 찬 열매가 되어야 한다. 한편의 시를 쓴다는 것은 시인이 살아가는 과정과 시인의 일생까지도 찬란하게 펼쳐야 한다. 예술적으로 승화될 때 시인은 시인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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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01 [15:2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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