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씩 이상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새벽 한시, 길거리에 자신의 몸을 팔겠다는 소녀가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추근대기는커녕 옷을 덮어주며, `너에게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라고 애기하는. 채팅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했는데 시간당 얼마에 조건만남이 가능하냐는 쪽지가 오지 않는. 몰카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됐다는데 아무도 다운로드 받지 않고 클릭하지 않는, 그런 세상. 물론 나의 상상일 뿐이다.
강의를 할 때, 필자는 이전에 성매매추방주간 주제이기도 한 `세상에는 거래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라는 말을 꼭 나눈다. 이 근본적이고 뻔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해야한다고. 그럴 수 없다면 누군가는 물어줘야 한다고. 왜냐하면 우리는 항상 잊어버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여러분에게 물어보겠다고 종종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한국은 오랫동안 성매매를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허용해왔던 사회였다. 그래왔던 우리 사회가 2004년도에 성매매방지법을 제정했다. 이는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시대가 변하고 법이 존재하더라도 우리의 인식이 변하지 않고 문제를 문제로 볼 수 없게 될 때 우리 사회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에 대한 증거가 바로 인터넷 검색 창에 `성매매`와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만 해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뉴스 기사들이다. 이제는 경제 시장의 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져 갔다. 성산업, 성매매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수요가 있는 한 어떠한 형태로든 공급은 존재한다. 성산업, 성매매 시장을 유지하는 것은 그것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자들과 사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못하게 해서 음성적으로 하고 신병종 업소들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수요가 있기에,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더 다양해진 것일 뿐이다. 소비자들의 욕구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성매매 업소에서 채팅 어플을 통한 조건만남의 형태로 변화했다. 채팅 어플리케이션은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설치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다.
회원가입 절차와 성인인증절차가 없어 철저하게 익명성이 보장된다. 대화를 하다가 중간에 나가버리면 모든 대화 내용이 사라지기 때문에 찝찝한 증거들도 남지 않는다. GPS를 통해 가까운 채팅상대를 찾아준다. 이러한 채팅 어플리케이션의 장점으로 인해 온라인 안에서의 성매매는 더욱 당당하게, 더 쉽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채팅 어플리케이션은 한걸음 나아가 남성이 여성에게 쪽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현금으로 포인트를 충전해서 포인트를 차감해야 하지만, 여성은 남성에게 무제한으로 쪽지를 보낼 수 있는, 택시비를 예치시켜 상대방과의 만남이 성사되면 상대방에게 택시비를 지급하는 등의 서비스들을 통해 성매매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다.
마치 성매매 업소가 경찰 단속으로 인해 적발이 되면 그 다음날 바로 간판만 바꿔 계속적으로 영업을 하듯이 적발이 되어 문제 제기가 된 채팅 어플리케이션은 비슷한 이름으로 바꿔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근본적인 성매매 해결을 위한 현재로서의 대안은 수요를 멈추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한국사회의 성매매 역사를 통해 배웠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수요가 있는데 공급이 존재할 때 인신매매 등의 범죄가 완연했던 역사적 사실을 경험했다. 빤하지만 부디 근본적인 이 질문들을 끊임없이 우리 사회가 재고할 수 있기를, 같은 역사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