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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순, 우병우, 조국 : 의혹의 기정사실화(3)
 
김호경 뉴시스 정치부장   기사입력  2019/09/05 [15:56]
▲ 김호경 뉴시스 정치부장    

또 하나 시민들 가슴에 불을 지른 불씨는 장학금이다.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받은 장학금은 교내 장학금이 아니라 학점과 무관하게 지도교수가 2013년 개인적으로 설립해 운영하던 외부 장학금이었다. 조씨는 1학년 1학기 때 유급됐다가 한 학기가 지나 다음 해 다시 1학년으로 복학했을 때 이 돈을 지원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 낙제하고도` 받은 게 아니라 두 번째 낙제 뒤 장학금이 끊겼다. 직접 과외해서 용돈을 벌어 지냈다는 20대 학생 입장에서 한 학기 200만원, 한 달에 33만원꼴의 돈이 요긴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씨가 외부 장학금을 받은 행위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각자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장학금을 달라고 조 후보자나 조씨가 청탁 또는 영향력 행사를 했다는 사실이나 증언은 나온 게 없다. 지도교수가 조 후보자에게 미래의 어떤 보답을 기대하고 그 딸에게 알아서 선심을 썼다면 역시 금수저 위력이 대단하구나 지켜보는 이들로서 울화가 치밀 수 있겠지만, 이건 본인이 내심을 실토하지 않는 이상 증명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장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 후보자 딸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학교 당국에 제기된 각종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핵심적인 사안 몇 가지만 짚어봤는데, 조 후보자와 딸을 둘러싼 의혹들이 아직은 그들의 작위를 단정할 수 없거나 불확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조국 일가가 가진 사회 자본, 상징 자본에 박탈감을 느낄 순 있다. 다수 국민이 당혹해하거나 일거에 분통을 터뜨리게 된 건 아무래도 조 후보자의 그간 공적 발언들에서 기인한 괴리감 때문이라는 측면도 크다.

 

팩트와는 거리가 있더라도 `국민 정서`나 `위화감`이 공인을 평가할 때 정당하게 여겨지고 나아가 대세가 되곤 하는데, 조 후보자가 `강남 좌파`의 대명사라는 점도 그런 정서에 더욱 부채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분명한 의혹들이 쓰나미같이 나라를 휩쓸며 사회적 피로도가 극으로 치닫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영 논리에 따라 배신감에서 비롯된 상처와 환멸 또는 상대편을 향해 더욱 날카로워진 증오와 적개심을 나날이 대책 없이 키우는 대신 반증과 이견들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안을 두고 `엘리트의 위선`이니 `중산층의 위선`이니 `촛불의 분열`이니 다양한 해석들이 어지럽게 나오지만 그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의 토대가 허약한 상태에서는 공허한 담론에 그칠 뿐이다. 월터 리프먼은 "우리는 먼저 보고 나서 정의를 내리는 게 아니라 정의를 먼저 내리고 나서 본다"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는데, 이번 사안의 경우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이제 극단적으로 배치되는 난립한 주장들을 최대한 질서 있게 정렬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편을 향해 역지사지를 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우병우 민정수석에 관해 넥슨 부동산 거래 의혹을 필두로 각종 개인 비리 의혹이 줄을 잇자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뭐라고 했을까. 조간 첫 보도가 나온 뒤 1주일 사이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당 대변인들 발언은 다음과 같았다.

 

"신문 1면에 각종 의혹 기사가 실리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이것이 정치공세와 국정 흔들기라고 주장하시겠나?" "자녀병역, 처가 부동산, 세금탈루, 인사전횡 등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낙마감." "이쯤 되면 의혹 백화점, 까도까도 끝이 없는 양파 수석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이 알고 있듯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들은 야당의 폭로가 아니라 언론의 취재와 보도에서 불거져 나왔다.

 

당연히 `정치공세` `국정 흔들기`는 애당초부터 맞는 말이 아니었다." "도덕성과 자질이 의심되는 의혹들을 사고 있으니 즉각 해임돼야 한다." "자리에서 물러나 성실하게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설사 해명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합당한 태도."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논평ㆍ브리핑을 검색해보면 당시 이런 발언과 논평들이 숱하게 등장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민정수석이 어떤 불법ㆍ탈법 또는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했는지 아무것도 제대로 확인된 게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제기된 비위 의혹만으로도 직무 수행이 부적절하다며 즉각적인 사퇴와 대통령의 조치를 요구했다.

 

지금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요구하는 방식과 아주 판박이다. 이런 데자뷔는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의혹만으로 비리를 기정사실화해 사퇴를 촉구하는 정치 공세의 악순환이 여야 공수만 바뀌어 매번 되풀이되는 행태도 이제 중단할 방법을 협의해야 한다.

 

언론에서 `객관주의`는 일반적으로 보도에서 의견과 사실의 분리, 그리고 사실을 편견 없이 전한다는 보도 태도이고 `불편부당주의`는 어느 한쪽의 견해나 주장에 치우침이 없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도하거나 논평한다는 원칙이다. `진실성`은 보도가 정확성과 함께 완전성(부분적인 사실의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전모를 밝혀주는 종합정보의 제공)을 갖추고 있느냐 여부, `적합성`은 보도와 관련된 사안들의 선정이 일관되고 정직하게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를 가리킨다.

 

어렵더라도 여전히 중요한 언론의 덕목인데 조 후보자 관련 무수한 보도들이 여기에 얼마나 부합했는지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제 아수라장 같던 공론의 장을 정돈하고 결론을 내야 할 시점이다.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여야 입장이 조율되면 이틀간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주시하자. 의원들의 집요하고 날카로운 질의와 후보자 측의 최선을 다한 방어를 통해 사실관계와 정황이 일정 수준 이상 검증되면 국민들은 그때 최종 판단을 내려도 늦지 않다. 제대로 해명이 안 되고 주요 사안에서 부도덕이나 거짓이 드러나면 조 후보자가 깨끗이, 신속하게 사퇴해야 함은 물론이다. 조국 청문회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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