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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회> 사색(思索)의 슬리핑 버스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9/09/10 [16:34]
▲ 하송 시인   

호치민에서 슬리핑 버스를 탔습니다. 사구(沙丘)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출로 유명한 무이네 사막을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들이 4시간 30분쯤 걸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차를 탈 생각에 걱정이 되면서도 슬리핑 버스니까 푹 자고 가면 될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은 놓였습니다.

 

처음 타보는 슬리핑 버스는 2층 침대가 세 줄로 배열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둘째 칸에 탑승했습니다. 창문 쪽 자리를 나한테 양보해주고 아들이 가운데 자리에 올랐습니다. 아들 오른 쪽 칸의 단발머리 아가씨는 차를 타자마자 통화를 시작 했습니다. 베트남어가 성조(聲調)가 있는데다 큰 목소리여서 자꾸 시선이 갔습니다.

 

오랜 시간 말을 하느라 배가 고팠는지 승객 대부분이 잠들어 있는데 여전히 통화하면서 한참을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빵 봉지를 벗겼습니다. 통화가 끝나기를 기대했는데 빵과 물을 번갈아 먹으면서 통화를 이어가더니 물티슈로 입을 닦고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이젠 정말 통화가 끝났나보다 하고 마음을 놓는 순간 마스크를 쓴 채 길고 긴 통화가 이어졌습니다. 아들은 눈을 감고 평온한 표정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이어폰이 여행의 필수품이라는 걸 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른쪽 제일 앞좌석(통화하는 단발머리 아가씨 바로 앞)에는 청년이 앉아있었습니다. 얼굴을 찡그린 채 운전기사한테 무슨 말을 했습니다. 통화하는 단발머리 아가씨 때문에 시끄럽다고 항의하나 하는 생각에 긴장했습니다. 잠시 후에 운전기사가 차를 갓길로 세우더니 그 청년을 내려줬습니다.

 

얼마 후에 청년이 편안한 표정으로 차에 올랐습니다. 드디어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여자화장실 줄이 너무 길어서 혹시 차가 떠날까봐 불안했습니다. 급한 마음으로 화장실을 뛰어나와서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과자 하나를 집어서 계산하고 차에 올랐습니다. 먹을 때마다 바삭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주위가 시끄러울까봐 하는 수 없이 배고픔을 참고 가방에 넣었습니다. 차가 출발했습니다. 5분여 갔을까, 기사가 전화를 받더니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동안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어떤 설명도 없이 유턴을 해서 다시 오던 길로 갔습니다. 놀래서 아들을 보자, 사람을 덜 태우고 출발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차가 다시 휴게소에 도착하자 청년이 차에 올라왔습니다. 휴게소 도착 전 중간에 차를 서게 했던 그 청년이었습니다. 멀쩡하게 생긴 청년의 2회나 거듭되는 돌발 행동도 의아하고, 젊은 남자 조수까지 있는데도 승객 숫자 파악을 안 하고 출발한 것도 의아한데, 더욱 의아한 것은 그가 차를 탄 후였습니다. 차 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온했습니다. 승객 중 몇 명은은 불평을 하고 운전기사가 청년을 힐책하고 젊은 남자 조수는 합세하고 폐를 끼친 청년은 사과를 할 것 같은데 이 모든 일이 생략되어 있었습니다.


운전기사가 요란한 경적과 함께 중앙선을 넘나들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시간이 늦은 것 같았습니다. 청년이 화장실이 급해서 중간에 세울 때부터 계산해보니까 20~30분정도 지체된 듯했습니다. 옆자리 아들은 꿀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몸을 뒤척이며 우연히 1층을 내려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버스 통로 바닥에 누워서 주무시는 할머니를 발견한 것입니다. 할머니 좌석에는 서너 살 쯤 된 손녀가 자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딸, 그러니까 젊은 아기 엄마는 자기 자리에서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이가 깨서 울자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고 그 사이에 할머니가 본인 자리에 잠시 누우셨습니다. 마음이 아프면서 숙연해졌습니다. 깜빡 잠이 들었나봅니다. 누가 어깨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조수가 볼펜과 종이를 주면서 무이네에서 묵을 숙소를 적으라고 했습니다.

 

베트남어를 모르기에 이유도 모른 채 적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승객들 모두 비몽사몽 상태로 뭔가를 적고 있었습니다. 승객들이 잠들기 전에 적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잠들기에 실패한 채 장장 5시간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승객을 개인별로 목적지에 내려줬습니다. 그래서 숙소를 적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끊임없이 통화를 하던 단발머리 아가씨도 드디어 내렸습니다. 자리에는 아가씨가 먹은 빈 물병하고 물티슈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잠은 못 이룬 채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사색(思索)의 슬리핑 버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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