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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수월성 교육 제안
 
조인영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기사입력  2019/09/17 [17:15]
▲ 조인영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자사고 논쟁과 이에 이어지는 최근의 고교체계 개편 논의를 지켜보며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이라는 두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훌륭한 인재를 키워낸다는 교육의 기본 목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겠지만 과연 무엇이 훌륭한 인재이며 인재 육성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의견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고교 평준화가 도입된 이후 이른바 지역 명문교들의 강한 헤게모니는 줄어들었으나 이는 과학고, 외고, 자사고라는 새로운 용어로 대체된 지 오래다. 특목고와 자사고에 대한 주된 비판은 이들이 명문대학 입시를 위한 전문 기관화되었다는 것과 재학생의 많은 수가 고소득층 자녀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 계층화와 연결되어 있다.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항은 자사고 정원의 20% 정도를 사회적 배려계층, 특히 경제적 취약계층에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미달하는 학교가 많다.

 

또는 정원을 비경제적 배려계층(다자녀, 이혼가정 등)에 할당함으로써 규정을 교묘하게 우회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특목고와 자사고에 대한 옹호는 수월성 역시 교육이 포기할 수 없는 대단히 중요한 가치라는 데 있다. 즉 재능 있는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최고의 인재로 성장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더없이 중요한 일이며 따라서 특목고와 자사고에 수준 높은 교육 자원이 투입되는 것은 불평등을 유발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인재 육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의 엘리트가 전체 생산의 80%를 해낸다는 파레토 법칙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뛰어난 아이들이 한곳에 모여 있으면 활발한 경쟁과 토론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지적 자극을 받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리라는 생각은 틀린 것만은 아니다.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을 둘러싼 아주 오래된 이 논쟁을 지켜보며 필자는 조금은 결이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폐지되어 모든 아이들이 평준화된 일반고에 다니게 된다고 하더라도 수준별 교육의 필요성은 다시금 제기될 것이다. 어차피 고소득 고학력 부모를 둔 아이들은 좋은 학군에 거주하며 사교육 활용과 부모의 정보력에서 비롯된 상대적 혜택을 받는다. 물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좋은 유전자와 같은 태생적 이점도 있다. 

 

이는 제도와 법률로 금지된 일도 아니며 또한 막을 방법도 없다. 사회적으로 좋은 학교가 주는 프리미엄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 어떤 대입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사람들의 열망과 사교육 경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또한 좋은 학교에 보내려 노력하는 것이 왜 나쁜 것인지에 대해 끝없는 반론이 제기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정말 신경 써야 할 것은 교육비 부족과 정보 비대칭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잠재력을 가진 뛰어난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도 장기적으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제적 부담 없이도 높은 수준의 교육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닐까?

 

수월성 교육에의 접근이 지금처럼 고소득층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아무리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개인이 충분히 `노오력`한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개천의 용 가설은 더는 유효하지 않을 것이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자녀가 받는 교육 수준의 격차를 줄이고 저소득층 자녀 역시 충분히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교육비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주로 저소득 계층에서 발생하는 교육 정보 격차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반드시 공교육이 그 서비스 제공의 주체일 필요도 없다. 정부의 교육 바우처 지원 등을 통해 저소득층 학생들이 사교육의 시스템을 활용하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아동복지 NGO들은 학원비를 비롯한 사교육비를 지원하며 여러 사회 인재들과 결연을 맺어 재능 기부하는 형태로 아이를 지원하기도 한다.

 

해외에도 수월성 교육을 표방하며 칸 아카데미와 같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활용,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을 지원한 다양한 사례가 있다. 자사고의 20% 배려제도가 더욱 실효성 있게 운영되어 재능 있는 경제적 취약계층 학생들의 진학을 실질적으로 도왔다면 지금과 같은 폐지 논란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재능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기에 저소득층 수월성 교육은 예체능을 위시한 다양한 분야로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음악가 중 문지영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수석입학 및 한국인 최초로 2015년 부조니 콩쿨에서 우승한 화려한 경력을 가진 연주자다. 기초생활수급 가정 출신인 그녀가 피아노처럼 교육비 부담이 높은 악기를 전공하면서 겪어야 했을 고충과 노력의 깊이는 쉽게 헤아리기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지만 지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숨은 문지영들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점점 더 귀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결국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언제 어디서나 인재가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흙 속에 묻혀 있는 다채로운 재능을 꽃피우는 수월성 교육도 교육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기에 가난한 부모의 정보 및 재력 부족이 아이의 가능성을 억누르고 있다면 그 자리는 다양한 정부재정지원 및 제도적 지원이 채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계적인 차원의 기회의 평등이나 복지 제공의 관점이 아닌, 계층을 막론하고 수월성 교육은 필요하고 또 제공되어야 한다는 인재 발굴과 육성의 관점에서 미래 정책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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