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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경제공황으로 치닫는가
기사입력  2019/09/17 [17:17]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1929년, 지금으로부터 90년 전 세계경제에 역사상 최대의 경제공황이 들이닥쳤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공황은 미국경제를 뒤흔들고 세계경제를 강타함으로써 세계대공황으로 번졌다. 경제공황이란 상품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깨지면서 산업생산이 침체되고 기업들이 파산함으로써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경제가 심각한 혼란에 빠지는 상황을 가리킨다.

 

세계대공황은 산업혁명에 따른 신기술의 발달이 성숙단계에 도달함으로써 줄어드는 소비수요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생산시설에서 공급하는 물량의 미스매치에서 발생하는 과잉공급이 원인이 되어 일어났다. 이는 결국 상품가격을 떨어뜨리고 기업이익을 감소시킴으로써 금융시장의 자금사정을 악화시켰다.

 

1929년 세계대공황 이전에도 그 규모는 작았지만 경제공황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증기기관 발명) 이후 영국과 미국, 유럽 국가들은 1840년대부터 장기간 경제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경제호황 이후 발생한 공급과잉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1873년에 심각한 경제공황을 겪었다.


세계대공황은 19세기에 일어났던 제2차 산업혁명(전기 발명) 이후 누렸던 장기호황의 후유증으로 초래된 것이었다. 1929년의 세계대공황이 1873년의 경제공황과 다른 점은 실물경제의 불황이 금융부문으로 급속히 전파됨으로써 증권시장이 붕괴되고 대다수 은행들이 도산하는 등 경제가 실물과 금융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세계대공황 기간은 보통 1929~ 1933년으로 보지만 그 여파는 1930년대 말까지 지속되었다. 지금 만약 세계경제공황이 닥친다면 그 파급효과는 어떠할까?

 

아마도 1929년에 비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 이유는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채무문제 때문일 것이다. 2018년 3월 기준 각국의 정부, 기업, 가계, 금융기관을 포함한 전 세계 채무액은 247조 달러에 달해 10년 전인 2008년 말에 비해 75조 달러(+43%) 증가하였다. 이 기간 중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액(GDP) 합계액은 24조 달러(+37%) 증가에 그쳤으니, GDP 대비 채무 규모는 2.9배에서 3.2배로 급증한 셈이다. 채무의 급격한 증가는 반드시 통화량의 증가를 수반하기 때문에 지금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 팽창은 1920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는 결국 가격버블을 초래하고 있고, 경제공황이 도래하여 거품이 빠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경제공황이 오기 전에 나타나는 징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실물부문에서는 경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지고, 소비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기업의 매출액이 떨어지고, 이는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킴과 동시에 투자와 생산이 줄어들고 고용이 빠르게 감소한다. 금융부문에서는 증권시장이 폭락하고 외환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환율이 급등하게 된다.

 

또한 기업의 도산으로 부도율이 급증하면서 파산하는 금융기관이 늘어난다. 실제로 1929년 10월 24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주식가격 대폭락과 함께 세계대공황은 시작되었다. 이후 산업생산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근로자 4명 가운데 1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7%에서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잠재성장률 추정치(2.5~2.6%)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에는 성장률이 마이너스(-) 0.4%까지 추락하였으며, 2분기에도 1.0%의 저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8월) 소비자물가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저물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연간 물가 상승률은 0.7%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민간부문의 부채는 급증하고 있고 주식시장도 불안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으며, 환율상승세도 만만치가 않다.

 

1929년의 세계대공황이나 일본의 장기복합불황(잃어버린 20년)이 디플레이션으로 시작되었음은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일본에서 경험했던 최악의 디플레이션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본은 소비수요가 줄어들면서 1999년부터 소비자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소비자들은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소비를 미뤘고, 기업은 매출이 줄어들면서 시설투자를 감축하고 고용을 줄였다. 고용사정이 나빠지자 소비와 투자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물가가 계속 하락함으로써 디플레이션을 불렀다. 지금 우리 경제의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징후는 심상치가 않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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