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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놀이의 재발견
 
김은희 울주명지초 교사   기사입력  2019/09/30 [15:43]
▲ 김은희 울주명지초 교사    

중간놀이의 유용성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학교에서 자유롭게 쉴 수 있는시간적 여유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활동거리를 제공해 주는 면에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에게 운동장을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싶지만 남학생들이 좋아하는 운동 대부분이 축구이기도 하여 전교생이 운동장을 골고루 활용하는 면에서 현실적인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교실에서 창의 교구로 중간놀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꽤 오래 전부터 젠가, 블로커스, 파라오코드, 트리오비전, 할리갈리, 러시아워, 아발론 등 여력이 있을 때마다 교구를 구입해 두었다. 보통 여섯 모둠의 아이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구비하려면 꽤 만만치 않은 금액이 든다. 하지만 가격 대비 효용성에 있어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첫째, 아이들은 처음에 호기심으로 교구에 관심을 가지나 결국 점점 아이들의 손길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카드나 말 등의 자잘한 구성품이 없어지게 되고, 한 가지라도 빠지게 되면 꼭 바람 빠진 풍선마냥 막판에 이김과 짐을 확인하지 못해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교구 이용 방법이 제각각이라 교구가 늘수록 학생들 각자가 잘 하는 교구가 있게 마련이고, 자기가 잘하는 것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놀이 시간에도 친구와 즐겁게 노는 모습보다는 서로를 경쟁자로 여겨 이기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셋째, 대체로 대부분의 교구는 참여 인원이 한정적이라 거기에 참여하면 재미있지만 옆에서 보는 사람은 어떤 전략과 과정을 거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구성품이 분실되는 문제는 필요한 구성품을 추가 구매하고자 하여도 그것만 따로 팔지 않아 새로 사야만 한다. 언제든지 갖고 놀고 싶을 때 자유롭게 친구들과 갖고 놀아야 제 맛인 것도 알고, 당부하는 소리로 시작했을 때 놀이의 흥미는 반감될 것이 뻔함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에게 정리정돈 잘하라는 신신당부부터 하는 지경이었다.

 

이런 저런 제약 없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기 여러 차례... 생각해 보니 공기놀이, 제기차기, 칠교놀이, 바둑 알까기 등 찾아보면 비싸지도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이 꽤 있었지만 그동안 난 `창의 교구`라는 이름에 혹해 마치 이 교구를 활용하면 마냥 창의력이 쑥쑥 생길 듯한 그런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이것들을 관심 밖으로 제쳐 두었지 싶다.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지속가능한 놀이는 과연 뭘까라는 고민에 떠오른 것이 `윷놀이`이었다! 5학년 아이들에게 윷놀이를 해본 경험을 물어보니 채 반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전략적으로 편을 나눠 윷놀이를 시작했다. 칠판에 말판을 붙이고, 말을 놓을 대표를 정한다. 교실 바닥에 보자기를 깔아 두고 한 명씩 돌아가며 윷이 보자기 안에 놓일 수 있도록 던지게 한다. 놀이가 진행되는 동안 상대편 말의 상황 분석도 하고, 훈수도 허용하였다.

 

`업어`, `잡아`하면서 상대편의 말을 잡을 때는 환호성과 낙장불입이라 말을 옮긴 후엔 다시 움직일 수 없다는 규칙에 따라 아쉬움의 탄성이 나오기도 하였다. `아, 이렇게 옮겼어야 되는데...`, `아, 저런 방법이 있었구나` 등 윷놀이에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상대편의 상황을 지켜 보면서 우리 편의 전략을 수정하는 모습도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중간에 사다리도 넣고, 이런 저런 방법을 바꾸어 재미를 찾아가는 우리 반 윷놀이는 점점 진화되어 가고 있다. 삼삼오오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하는 놀이는 많다. 하지만 윷놀이처럼 사람이 적어도, 많아도 모두를 포용할 수 있고 이렇게 저렇게 변화는 과정을 오롯이 지켜 보는 활동도 매우 드물지 싶다. 마침 추석이 다가옴에 따라 가족끼리 윷놀이 해보는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얘기만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고, 분명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추석 지나고 온 아이들과 윷놀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큰엄마, 삼촌 등 각자 집에서 했던 윷놀이를 떠올리며 얘기하는 아이들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제각각 방법은 달랐어도 안부만 묻고 각자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어색한 시간이 아니라 한 공간 안에서 함께 웃을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활동 거리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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