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미 울산 YWCA 시밀레 원장

쉼터의 역할은 피해자의 보호가 제일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자립과 자활을 목적으로 한다. 피해자들이 이곳에서 평생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법률상 정해져 있는 짧은 시간 동안, 다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훈련을 통해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바뀐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기에 사실상 시간은 많지 않다. 쉼터에 있는 기간 동안, 돈을 모으기 위해서 입소자들은 끊임없이 일자리를 구한다. 3시간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일을 할 수 있다면, 돈을 벌 수 있다면 직종을 망라해 열심히 도전한다.

하지만 현실은 일 자체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학력도 경력도 마땅치 않은 입소자들이 정상적이고 괜찮은 일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우연찮게 괜찮은 직장에 취직을 하더라도 관계의 어려움과 심리정서적 문제, 사회관계 문제로 인해 평균, 일주일에서 한달을 버티기란 대부분이 쉽지 않다. 이렇게 점점 사회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일을 구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자 엄청난 부담감으로 와닿는다. 부정적인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더욱 좌절하고 회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기업 등에서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 구직자들에게는 조직과 실무의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또한 회사는 다양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쉼터에서도 인턴십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우선, 지역사회의 좋은 사업체들을 발굴하고, 그들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입소자들을 연결할 수 있도록 자원을 형성한다. 이후 내부 사례회의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인턴십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활지원센터와 연계하여 대상자 최종 선정과 함께 사업주와 협약을 맺는다. 이후 대상자는 사업체에서 일하며, 출퇴근에 대한 개념을 배우고, 쉼터의 관계망을 벗어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긍정적인 사회경험을 할 수 있다.

다행히 좋은 사업주와의 만남을 통해 첫 인터십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연계할 수 있었다. 평소 우리 기관에 빵을 후원해주시던 사장님께 이러한 기관의 고충을 의논하게 되었고, 흔쾌히 그 자리에서 수락해주셨다. 이후 대상자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대상자가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주를 함께 정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대상자여서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가르쳐줘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주셨고, 시간을 가지고 업무량을 늘려가기로 하였다.

동시에 자활지원센터에 연계의뢰서를 발송하고, 대상자 심의 및 최종 선정을 통해 인턴십 프로그램 지원을 결정하였다. 한 날 한 자리에서, 자활지원센터와 우리 기관, 사업주, 대상자와의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담당자가 대상자와 함께 두세번 동행하며 기관에서 일하는 곳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직접 찾아 가보는 훈련을 했다.

그리고 지금 사업주와 각 기관에서 서로 모니터링을 주고받으며 대상자가 잘 적응해 갈 수 있도록 점검하고, 소통하고 있다. 다행히 기관에서 1년 동안 적응을 잘 마친 대상자는 연결된 사업장에서 `엘리트`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잘 적응하고 출근한지 한달이 되어가고 있다. 대상자는 1년만에 자기의 노력으로 출, 퇴근을 하고 일을 하고 보상을 받는 것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고 말하였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도움이 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영향과 인정을 받는 경험이 너무나 필요한 것이다. 대상자도, 사업주도 모두 만족하고 있다는 것에 이번 인턴십 프로그램의 첫 출발이 성공적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갈 수 있는 기회이자 시간. 그것이 대상자들이 이 기관에 있는 동안 얻어갈 수 있는 것이기를 소망한다. 앞으로 지역사회의 많은 기업과 사업장들이 피해자들이 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