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정치가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 전개 방식은 세계가 놀라고 있다. 한강의 기적, 수출강국, 올림픽과 월드컵 대회를 유치하고도 남은 응원문화, 민주주의를 성취하고야 마는 조직적 의사표현의 시민정치시대는 세계최고 수준이다. 아시아의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시민정신은 살아있다. 역동적이다. 그리고 국가정책 집행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참여형 민주주의를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곳 에는 우려의 시선도 높다. 최근의 서초동에서 광화문에서 수백만 명이 모여서 조국사태를 향한 사법개혁 과제 해결요구와 이에 대한 반대의 요구를 위한 광장의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주권을 가진 국민들의 각자의 방식대로 정책결정에 대한 당파성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요구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책결정에 대하여 뒤집기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이런 광장의 요구를 만들어 낸 곳은 정치권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통치의 역할을 맡은 지도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역할로 해결되어야 할 정치는 어디에 사라져버렸다. 민생법안을 다루고 해결해야 함에도 본연의 정치행위는 뒷전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정치지도자들이 집회에 몇 명이 나왔는지 숫자놀음에 빠져 나라가 두 쪽이 나도 관계없다는 것인가. 여야 정치권이 자중하고 민생과 국민 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라`고 문희상 국회의장이 호소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반증이다. 조국사태를 놓고 인사결정 과정의 호불호에 대한 그 이치를 따져 목소리도 당연히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호불호를 가려야 한다. 이 사안은 본디 정치적 해결과제 이다. 국민으로부터 대의를 받은 국회에서 충분히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국회의 정치력이 실종되니 국민들에 의해 광장의 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조국사태를 놓고 주도권 장악을 위해 여야 모두 국민갈등을 이용하는데 앞장서 있던 무리들은 국회였다. 20대 국회는 입법권을 포기한 채 일하지 않는 국회로 오명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 정당마다 지지층들을 보고 정치를 한다. 정치적 쟁점사안에 대해서 국회에서 논쟁을 통하여 협상과 조정의 결과의 소식들을 기대해본지가 오래 되었다. 이번 조국 사태는 광장의 민의가 표출되기 전에 국회에서 해결 해내는 능력도 없었다.
분노에 찬 지지자들의 세 대결은 갈등을 증폭시키고 사회통합에 시간과 기회비용이 지불될 수밖에 없다. 지지자들을 대리해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갈증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광장의 정치를 국회의 정치력으로 복원시켜야 할 때다. 계속되는 광장의 시민정치를 국회가 방관한다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정치정상화, 사회 정상화는 대의제도를 위임받은 국회가 당연한 책임 몫이다.
이번 조국사태를 두 달 넘도록 대하면서 이 사안을 바라보는 국민갈등의 양상은 어느 때 보다 심화되어져 버렸다. 국민들이 바라는 법치제도 운영의 건강성을 위한 사법개혁, 검찰개혁과 더불어 경제, 외고, 민생 등의 개혁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광장에 나선 국민들은 국회를 비롯한 선출직 지도자들의 정치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실망과 분노감이 더 크다. 국정운영을 맡고 있는 집권당이 상황수습에 책임을 더 져야한다.
국민들이 광장의 정치로 나서지 않을 수 있는 소통의 정치와 설득의 정치를 국회가 감당해야 한다. 국민들은 죄가 없다. 권한을 부여받은 정치인들이 기대에 못 미치면 국민들은 얼마든지 끌어내릴 수 있다. 검찰개혁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동안 국민들은 이러한 검찰개혁 과제 앞에 그 동안 짓눌려 살아왔다.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민심의 소리에 경청하여 국회가 정치력으로 책임질 때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