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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회> 꽃살문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9/10/06 [15:42]

전나무 숲길을 가을비 스며들 듯
내소사에 젖어들면
대웅보전 문살마다 연향을 피워 올리고 있다

 

꽃살문 속에서 보살 하나가
관음기도觀音祈禱를 올리고
이승에서 피우지 못한 꽃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문짝 하나하나가 그대로 꽃밭인데
문살과 문살 사이
경계 너머 처마 끝에 목을 맨 풍경은
문을 열어도 닿을 수 없다
 
백팔번뇌 관에 담고 못질 할 때 까지가 한 생이라고
만개한 모란과
탐스러운 연꽃과
정연한 국화가
두 손 모으는 늦가을
꽃살문이 염화미소拈華微笑를 짓고 있다

 

*내소사來蘇寺 :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있는 절

 


 

 

▲ 정성수 시인    

문門은 틀과 살로 이루어진다. 제대로 문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은 종이다. 문종이의 최고품은 한지韓紙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신라지新羅紙는 종이의 본 고장인 중국에서도 최상품의 명성을 얻을 정도였다. 전통 한지인 닥나무 한지는 광택이 나고 인장 강도가 뛰어나다. 산도酸度도 중성이어서 오랜 세월 동안 보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외기外氣로부터 습도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공기를 유통시켜 주고 빛을 적절하게 투과시켜준다는 점에서 인기를 오랫동안 누려 왔다. 방 안에 앉아 있어도 방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소통을 위한답시고 국화꽃잎이 붙어있던 자리에 유리를 끼워 넣기 시작하면서부터 안과 밖의 소통은 단절되기 시작 했다. 작은 유리 조각이 점점 커져 창호문 전체를 점령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두르기 시작하더니 공기마저 드나들지 못하는 곳이 되고 말았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문에서 창호지가 사라지고 유리가 창호지를 대신하고 있다. 유리창이 실용적 이득이 있다고는 하지만 빛과 공기의 투과, 습ㆍ온 조절 등은 창호지만 못하다. 특히 창호에 비치는 살의 아름다움은 결코 유리창이 대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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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06 [15:4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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