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트럭이 꽉 찬 만원이다 말똥말똥 눈알들이 처음 보는 세상 구경에 정신이 없다
내 귀에 캔디, 내 귀에 호동이 내 귀에 노란 이름표를 달고 소풍을 가는가 보다
4번 명찰을 단 한 놈이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덜컹거리는 요동이 재미있는지 히쭉히쭉 웃고 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그들과 헤어진 후 제일 크게 웃던 그 놈을 다시 만난 건 산악회 창립기념일이었다
깨끗이 면도한 그놈은 제상위에 앉아 흰 봉투 입에 물고 히쭉이 웃고 있다 우리는 일제히 큰절을 올렸다
소풍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축사를 빠져나온 트럭 안에 돼지들이 꽉 차 있다. 목적지는 물론 도축장이다. 죽음이 코앞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처음 보는 바깥세상을 서로 보려고 머리를 디 밀며 자리다툼 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그 풍경에서 우리 인간 세상을 본다. 당장 내일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부질없는 욕심에 일희일비한다.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기도 하고, 모함하기도 하고, 심지어 남의 것을 빼앗기도 한다. 소풍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 무슨 낯짝으로 소풍이 아름다웠고 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