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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장에서
기사입력  2019/10/09 [16:59]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필자는 직장인이 되고 난 후 지난 수 십 년간 그 흔한 붉은 악마의 거리 축구응원은 물론 그 어떤 시위에도 직접 참여해 본 일이 없다. 그러나 이번 광화문 집회에는 스스로 결정하여 아내와 함께 참여하였다. 이번에도 잠잠히 있으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예단이 들어서이다.

 

먼저 이 글은 집회현장에서 휴대폰으로 직접 작성한 글을 기반으로, 현재시제로 작성했음을 밝힌다. 광화문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은 운행이 중단될 정도여서 다들 인근 역에서 내려 걸어 들어오고 있다. 지방에서 피켓을 들고 단체로 오는 분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나같이 자발적 의사로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많지만 거의 모든 세대에서 골고루 참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체어를 타고 오신 분, 거동이 불편한 분들,  서너 살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뜨거운 태양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12시간 이상을 거의 서서 구호를 외치며 견뎌내는 것을 보니 눈물이 솟구친다. 이들에게서 받는 감동도 있지만, 왜 이 나라 국민이 반쪽으로 쪼개져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회한 때문에, 나름 사회 지도층인사로 살았던 필자가 부끄럽기도 하고 안쓰런 마음으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거리의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피크닉 온 것 같이 유유자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 진지하게 자기 의견을, 자기 심중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 모인 이 많은 사람들의 성향이 보수꼴통이라 하더라도, 이들도 이 나라의 국민인 것을, 어찌 이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폄훼할 수 있는가? 누가 감히 그럴 수 있는가? 마치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처럼 표현하고 있으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남과 북으로 대치된 이 상황에서 `반공`을 국시로 하여 나라의 안위를 지키고자하는 것은 우리의 절대소망이다. 남북대화를 반대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에 찬성하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군사적 위협에는 힘의 논리가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북한이 핵개발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은 바로 힘의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 아닌가?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도 맞설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현 정부는 그 반대의 정책으로 나가니 실망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제나 52시간 근무제 등은 차치하고라도 법무부 장관 임명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법무부는 `법에 관한 일을 하는 곳`이라는 상식적인 기능으로 말하지만, 영어로 `Ministry of Justice`로 표기된다. 번역하면 `정의부`가 된다. 그렇다. 정의를 다루는 곳이 법무부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바르고 곧은 것`이다. 정의의 본질은 `공정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를 다루는 법무부의 수장이나 그 가족이 범법행위에 연루되어 있다면 그 자리에 임명돼서는 안 된다. 이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고, 모독하는 행위다. 임명 이유로 내세우는 궁색한 변명이 `검찰 개혁을 위한 가장 적임자`이기 때문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 나라의 그 수많은 법률관련 관계자는 모두 핫바지저고리인가? 그렇게도 사람이 없는가? 저녁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면서 청와대 앞으로 행진이 시작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며 앞으로 나간다. 선동이나 떠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판단으로 나간다. 이들은 왜 이 시간 아스팔트 위에서 이렇게 목청껏 소리치며 행진하고 있을까? 이들의 소망은 무엇일까?

 

이유는 단 한가지다. 이대로 나가면 나라가 위태해진다는 자기 확신 때문이다. 물론 나의 소신이기도 하다.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여 질서유지선에서 경찰과 대치하여 몸싸움을 벌인다. 어찌된 일인지 필자도 손바닥이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경찰의경대를 욕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없다. 저들이 우리 모두의 아들들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내 `질서`를 강조하는 집회 주최측에서 대치를 풀고 착석을 권유하여 상황이 종료된다.


밤 11시다. 거의 12시간 동안 거친 아스팔트 위에서 나는 무엇을 했는가? 이것이 정치행위인가, 아니면 나라를 걱정하는 소시민의 몸부림인가? "수십명이 폭력을 휘두르고 성추행과 문화재 훼손도 있었다"는 국무총리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현장에서 실제 목격했는지를 말이다. 12시간 동안 집회 현장에 있었지만 그 비슷한 아주 작은 일도 없었음을 마지막으로 밝힌다. 이대로 나가면 나라가 두 동강이 날판이다. 누군가는 이 상황을 종료시켜야 한다. 국민들이 거리로 내몰리면 안 된다. 광화문 집회를 `불순한 동원`이라 평가 절하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린다. 내가 불순한 시민인가? 내가 반사회적이고, 나라의 안녕을 해치는 선동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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