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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 당시 변신글자 `ㅷ, ㅸ`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10/22 [16:43]
▲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훈민정음은 계해년 음력 12월(양력 1443년 12월21일~1444년 1월19일)에 창제됐다. 창제사실을 기재한 세종실록의 음력 12월30일(경술일)로 한정하면, 창제일은 양력으론 1444년 1월19일이다. 책자로서의 훈민정음 해례본은 1446년 음력 9월에 완성된다.

 

그리고 해례본 중 맨 앞 넉 장의 글 `어제훈민정음` 편을 번역한 `세종어제훈민정음`, 곧 훈민정음 언해본은 1459년 간행된 `월인석보` 권1에 보인다. 비록 훈민정음 언해본을 1447년경에 제작된 걸로 추정하더라도 월인석보에서 볼 수 있으니, 범위를 조금 더 넓혀 1444년에서 1459(언해본)까지의 기간을 `훈민정음 창제 당시`로 보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1446년 음력 3월24일 소헌 왕후가 세상을 뜬다.

 

그런데 그 명복을 빌기 위해 세종의 명에 따라 수양대군이 1447년에 완성하고 1449년에 간행한 `석보상절`에 `ㅷ`이란 글자가 보인다. 지금 사람들에겐 있는지조차 몰라 생소한 `ㅷ`은 ㅂ계열 합용병서 글자들 중 하나로,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실려 있지 않다. 그러나 `석보상절`에서도 쓰였고, 비록 일부지만 세종이 남명게송 30여 수를 직접 언해한 `남명집언해`(1482) 등에서도 쓰였다. 그로 보아, `ㅷ` 또한 세종께서 심혈을 기울여 창제한, 소중한 글자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ㅷ`의 정확한 음가는 무엇일까? 이해를 위해선 지금부터 좀 복잡한 난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지금 우리들에게 완전히 잊혀진 `ㅷ`을 알기 위해서는 `병서`와 `연서` 및 훈민정음 창제 당시 된소리 표기법을 이해해야 하고, 또 순경음 `ㅸ`과 함께 살펴야 한다. 竝(나란히 병)과 書(쓸 서)자로 이루어진 `병서(竝書)`는 물론, 連(이을 련)자를 쓴 `連書(연서)` 또한 훈민정음 초성자 두 글자를 나란히 붙여 쓴 것이다. 붙여 쓰되 `ㅺ, ㄸ`처럼 옆으로 나란히 쓴 것을 `병서`라 하고, `ㅱ, ㅸ`처럼 상하로 나란히 쓴 것을 `연서`라 칭했다. 병서는 `ㅴ`처럼 3자를 쓰기도 하지만, 연서는 오직 두 글자만을 쓰는 것이 다르다.

 

또, 병서는 `ㄲ`처럼 같은 글자를 나란히 써서 긴소리를 표현한 `각자병서`와 `ㅺ, ㅄ`처럼 서로 다른 초성자를 나란히 붙여 된소리를 표현한 `합용병서`로 나뉘었다. 일제 조선총독부의 언문철자법 이후, 우리글에선 `된ㅅ`과 `된ㅂ`을 쓰는 된소리 표기가 소멸되고 각자병서가 된소리표기로 왜곡됐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혓소리 `ㄷ`에 대한 된소리 법칙은 다음과 같았다. `ㄷ`은 발음상 `ㅇㅗㄷ^옷`처럼 치음과 속성이 유사하여 된ㅂ과 된ㅅ을 모두 쓰되, 동음이의어가 없는 말은 된ㅅ만을 썼다(예: `ㅼㅗ(又)`).


그러나 동음이의어가 있을 땐, `ㅼㅏ`는 地(따 지), `ㅳㅏ`는 摘(딸 적)처럼 서로 혼란 없이 형태적으로 구별되게 하였다. 먼저 이 사실을 알아야만 `ㅷ`이 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순경음 `ㅸ`은 `ㅷ`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세종 때는 지금의 경상도 방언처럼 `더워`를 `더붜(←ㅸㅜㅓ)`라고 발음했다. `덥`의 종성 `ㅂ`은 그 뒤 `워`랑 결합하여 `더붜`가 될 때는 발음이 가벼워지니, 세종 때엔 `더워`의 `ㅇ`을 `ㅸ`으로 썼다. `ㅸ`은 `ㅂ`으로 발음하되 `더워`처럼 `ㅇ`으로 변음될 수 있음을 동시에 표현한, 변신가능 글자이다. `ㅷ`은 `ㅌ`과 `ㄷ`이 같은 계통이라 `ㄷ`의 된소리 `ㅳ`과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말에 `ㄷ`의 된소리는 있어도 `ㅌ`의 된소리는 없다. 된소리 `ㅳ`에서 오른쪽 `ㄷ`이 된소리의 주장이고, 왼쪽 `ㅂ`은 된소리임을 암시하는 보조 부호인 것처럼, `ㅷ`에서의 주장은 오른쪽 `ㅌ`이다. 따라서 석보상절 권24, 50장의 "배를 ㅷㅏ 보니"에서의 `ㅷㅏ`는 `타`로 발음한다. `타`로 발음하되, `ㅷㅏ`는 된소리 `ㅳㅏ(지금 표기는 `따`)`로 변음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배(腹)를 `타(갈라)` 보니"와 "배를 `따(←ㅳㅏ)` 보니"를 동시 표현한 것이다. 기막힌 발상 아닌가? 이처럼 훈민정음 창제 당시 우리글엔 `트랜스포머` 변신글자들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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