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의 그림 속에서 동그라미를 꿈꾼다 우리라는 경계를 넘어서면 세포분열처럼 생기는 프레임 속 프레임, 꽃과 나비가 꼬리잡기를 한다 우리뿐인 우리가 없듯이 그들뿐인 그들도 없다
함께 혼자인 우리는 우리라는 프레임 안에서 평화롭다 내일이면 잃어버릴 꽃잎과 비에 젖을 날개를 맞대고 나란히 눕는다 일상이라고 말하는 너에게 나는 슬픔이라고 속삭인다 따로 또 같은 자세로 다른 호흡을 한다
동그라미가 끊어졌을 때, 너는 밀려 넘어졌다고 하고 나는 손을 놓쳤다고 느낀다 다른 그림이라고 너는 주장하지만 나는 화폭이 찢어졌다고 말한다 꽃과 나비는 각자의 프레임 속으로 걸어가고 그림자는 영원히 겹치지 않는다 흔들리는 노랑코스모스에 부전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접었다가 편다 코스모스와 나비와, 너와 나와, 우리와 그들의 프레임은 언제나 합이 같고 규칙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우리를 꿈꾼다. 우리라는 프레임이 무너졌을 때의 상실감은 또 다른 우리를 만들고, 한때 우리였던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차라리 담담하다. 우리 속에서만 우리는 과연 평화로운가. 들판에 노랑코스모스가 피는 계절이다. 부전나비 한 마리가 화폭을 찢고 저기, 다른 프레임 속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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