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껌딱지
 
김신영 시인   기사입력  2019/10/28 [17:54]

시커멓게 계단과 현관 앞에 철퍽 내려앉은
껌딱지를 떼다 보니 알겠다
껌딱지 하나 떼는 데도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콘크리트 계단 황동에 늘어붙어 삶에
검댕을 칠하는 껌딱지를 떼어 내려고 하니

 

카터 칼과 송곳을 휘둘러 깎아내고 찔러대야
겨우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껌딱지 하나에도
질기고 긴 소멸의 역사가 스며 있음을 알겠다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것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면적이 큰 껌딱지는 떼는데도
상당한 공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오래된 시간만큼 시커멓게 분장을 하고 있는
껌딱지를 떼다보니 바닥에 붙어 있는 것이
껌딱지 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

 

지난겨울 문틈으로 숨어드는 바람을 재우느라 쏘다가 흘린
실리콘도 여기 저기 껌딱지처럼 바짝 엎드려 있다는 것을
바닥에 붙어 있는 것이 모두 껌딱지가 아니라는 것을

 

시커먼 자욱만 보면 껌딱지를 탓했는데
함부로 손가락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몇 개만 떼어내도 휘어지도록 허리가 아프다는 것을

 


 

 

▲ 김신영 시인   

껌이 바닥에 붙으면 보기에 너무 좋지 않다. 때문에 바닥에 붙은 껌은 보이는 데로 떼어주어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껌딱지를 떼게 된 일상이 시로 나타났다. 껌에 긴 소멸의 역사가 스며 있음을 발견하고 껌이 껌의 의미를 넘어서서 삶에 검댕을 칠하는 양상을 표현하였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10/28 [17:54]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