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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 혹은 몰락
 
조정인 시인   기사입력  2019/10/29 [16:09]

꽃, 이후

 

바람을 선율로 바꾸는 자의 손가락이 빠르게 스쳐 잎사귀를 일으켰다
이마가 서늘했다 악보 한 장 몸속 찬물 같은 어딘가로 깊숙이 떨어졌다

 

젖은 악보를 짚어가다 열매를 열애로 오독했다 잎사귀 사이
버찌가 얼굴을 붉혔다 봄날은 그렇게 번졌다

 

나는 당신께 옮아가 무수히 흩날릴 것이다
다 털릴 것이다 소거될 것이다
 
사랑의 정점을 몰락으로 말하는 나무

 

스스로 혹독하여 스스로 단두대를 세운 나무 거뭇거뭇 낭자한
혈흔을 남겼다

 

버찌, 혹은
몰락을 밟으며 나무 아래를 간다, 사랑의 희미한 기원을 더듬어

 

여기서 사랑의 과원은 얼마나 먼가, 그곳에 당신이 있기는 한가

 


 

 

▲ 조정인 시인  

꽃나무에게는 꽃 이후와 꽃 이전의 시간이 있다. 사랑을 잃은 자는 꽃, 이후에 오래 머물러 사랑의 장례를 치른다. 홀연히 꽃을 벗어 꽃의 정점을 말하는 나무처럼 스스로 혹독하여 사랑하던 날들의 의복을 벗어 발아래 떨어뜨린다. 존재의 정점은 스스로에게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잎 피는 나무처럼 새로운 회복의 시간성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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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29 [16:0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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