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저녁 8시 주민자치센터 대강당에는 파트너끼리 마주보고 반장의 구령에 맞추어 경례(敬禮)를 한다. 마치 예식장에서 주례 앞에선 신랑 신부가 태어나서 처음 하는 맞절처럼 엄숙하고 경건하게 의식을 치루고 나서야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된다.
경(敬)과 례(禮)가 합쳐진 의식, 서로 상대를 공경하고 예의를 지키며 수업에 임하겠다는 일종의 서약인 셈이다. 요즘 들어 부쩍 댄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지역자치센터나 주민복지관 등에는 경쟁적으로 커플댄스, 댄스스포츠, 라인댄스 등의 댄스 수업을 개설하여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낙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잘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고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라는 말이다. 주민자치센터 커플댄스 반에는 춤을 아주 잘 추는 사람과 매우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춤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즐거운 만남에 감사하면서 서로 존경하고 최대한의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춤을 통하여 건강을 얻을 수 있어서 즐겁고, 가정이 화목해 질 수 있다고 느끼니 더욱 즐겁다. 백세시대에 본인의 건강관리가 가정을 화목하게 하고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첫 번째 수단이다. 커플댄스는 음악을 듣고, 리듬을 타고 순서를 외우고, 박자에 맞추어 파트너와 같이 협력하여 춤을 추기 때문에 정신과 육체의 건강이 동시에 이룰 수 있어 치매예방에는 가만히 앉아서 승부에만 집착하는 화투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긴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은 아마 치매 같은 병을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부모가 춤을 배운다는 것은 자식을 효자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춤은 반복되는 동작으로 자세를 교정하여 멋과 젊음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무엇인가에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그리고 취미가 심화되면 예술(藝術)의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좋은 커플댄스도 상대가 있어야 배우고 즐길 수가 있다. 천하를 얻는다 한들 내가 없다면 소용이 없듯이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가진 커플댄스라도 파트너가 없이는 소용이 없기 때문에 파트너를 향해 존경과 예의를 담아 맞절을 하는 깊은 뜻이 있다. 첫 번째 맞절에는 소중한 당신이 있어서 행복할 수 있다고 파트너에게 하는 존경과 예의의 표시다.
그리고는 두 시간 동안 열심히 강사 선생님의 지도로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행복한 수업이 진행된다. 10시가 되면 수강생과 강사가 서로 맞절을 하고 수업을 마친다. 배움을 받아서 감사하고, 배움에 따라주어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하는 사제 간의 존경과 신뢰를 담은 맞절이다.
학생은 스승을 존경하고 스승은 학생을 신뢰하고 있다는 표시다. 스승은 평생을 갈고 닦은 기예(技藝)를 아낌없이 내어 주고 학생은 스승을 무한 신뢰하여 그 가르침에 따를 때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이룰 수가 있다. 교학상장이란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한다는 말로 스승은 학생에게 가르침으로써, 그리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서로가 진보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 맞절은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에게 사랑으로 기예를 전수함으로써 예(禮)와 예(藝)로 교학상장을 이루겠다는 다짐이다.
반복되는 수업, 처음의 맞절과 두 번째 맞절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사연들이 이루어진다. 음악이 흐르고 황홀한 동작이 리듬을 타고 움직이고 웃음이 터지고 즐겁고 행복한 두 시간이다. 학생과 학생 간 또는 스승과 제자 간 서로 상대에게 감사하고 존경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예(禮)가 예(藝)로 바뀌고, 예(藝)가 예(禮)로 승화된다. 예의가 없는 예술은 아무리 잘한다고 한들 다만 기교(機巧)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예절과 예술이 공존하고 상생할 때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지역 공동체가 형성될 것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