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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향하여
 
김세미 울산 YWCA 시밀레원장   기사입력  2019/10/30 [17:12]
▲ 김세미 울산 YWCA 시밀레원장   

2019년을 맞이 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 시간은 벌써 한해의 마지막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다. 지나갈 것 같지 않았던 여름의 더위와 태풍이 지나가고, 겨울 옷을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쌀쌀함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벌써 이렇게 됐어?` 라는 말이 무섭게 곧 우리는 12월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한 해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듯,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하지만 이 일에는 끝이 있을까. 사회와 환경이 변화할수록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겠지만, 제도와 인식이 함께 발맞춰 나아가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가난하고 소외되며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끊임없이 늘어날 것이다. 그것이 내가 그동안 현장에서 일하며 절실히 느낀점이다. 과거, 내가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일할 당시에는 유흥주점을 중심으로 한 2차 접대의 형태로 성매매가 활발히 이뤄졌다.

 

그때는 지금처럼 모든 시장의 구조가 핸드폰을 통해 원활하게, 가능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도 인터넷과 채팅을 통한 조건만남과 성매매 시장은 존재했지만, 보다 사업체를 중심으로 회식ㆍ접대문화와 결합한 성매매 시장이 훨씬 더 활성화됐었다. 하지만 김영란법 이후 많은 접대문화가 사라지고, 성매매를 엮어 접대하던 관행에도 한계가 왔다. 지금도 여전히 회사 문화 가운데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전만큼 대놓고 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는 모든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어떤 물건을 사기 위해 누구도 서울이나 부산까지 직접 가지 않는다. 내 방 침대에서 누워 핸드폰으로 터치 한번이면 내가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물건을 집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성매매 시장도 마찬가지다. 핸드폰 어플리케이션과 온라인 시장을 통해 성매매는 더 쉽게 활성화되고 있다. 이렇게 시장은 수요가 있는 한 상품을 공급하며, 수요가 있는 한 사회 문화와 환경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화함으로 소비자의 다양해진 욕구에 따른 상품들을 개발하고 제공한다. 이렇게 시대가 변화할수록 시장도 함께 변화하기에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상품으로서 제공되기 위해 사회 한켠에서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일할 때나 쉼터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현장에서 많은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제는 연령이 더 낮아졌다. 성인쉼터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청소년기 때부터 성매매에 노출된 피해자들이 성인이 되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22살, 24살에 불과한 그들의 병명은 경계선 성격장애,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자궁경부암, 갑상선암, 구강암 등이며, 대부분은 지적장애인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됨으로 성매매에 대한 정책은 마련되었으나 여전히 성을 구매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로 인해 이 성매매 시장은 당당하고 쉽게 운영되고 있다.

 

이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았던,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시민들의 무관심과 함께 가지 않은 인식들로 인해 성매매 시장은 성산업 구조 안에서 더욱 굳건해졌으며 이제는 아동, 청소년들까지도 그 곳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선 끊임없이,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나도 처음부터 성매매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았다. 나 역시도 성매매가 무엇인지 관심이 없었고, 남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잘 몰랐기에 성을 사는 사람들이나 파는 사람들, 성매매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똑같은 존재들이라고 여기며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다. 하지만 현장에서 성매매 문제와 마주하며 얼마나 이것이 심각한 문제인지를 알게 되었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나 같은 사회 복지사나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문제를 문제로 정확히 인식했던 고등학생,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삶에 관심이 있었던 한 사진작가로부터 놀라운 변화는 시작되었다. 물론, 그동안 현장 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문제를 문제로 바라볼 수 있었던 시민 한 사람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작은 곳에서부터 반드시 변화될 것이다. 그동안 나의 부족함에도 함께 동행해준 많은 피해자들과 현장 활동가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추운 겨울, 누구 하나 상처받지 않고 따뜻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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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0/30 [17:1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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