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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회> 내장산은 지금 달거리 중
기사입력  2019/11/10 [15:47]   정성수 시인

단풍
하면 내장산이라기에
산 아래에서 산을 올려다 보았다
햐- 죽인다
한숨인지 신음인지 나도 모르게 입이 반 쯤 벌어지는데

 

한 평생 쎄빠지게 고구마 밭에 엎드려 살던
황등 아지매들
고구마 가마니에서 고구마 쏟아지듯이
우르르 쏟아져 내린다.
오늘은 아주 작정하고 단풍놀이를 왔나보다
관광버스가 도토리묵에 동동주 둬 사발씩 마시는 동안
황등 아지매들이
차고 있던 개짐을 온 산에 내 걸면
산 가득 채우고 남을
저 붉은 꽃무늬들
오늘이 지나면 다 지고 말 것 같아서
절구통 같은 몸을 최대한 흔들면

 

내장산 단풍은
해롱해롱 밤새도록 선혈을 쏟아 달거리를 하고

 


 

 

▲ 정성수 시인   

단풍을 한마디로 말하면 기온 변화에 따른 나뭇잎의 색소 변화다. 그것은 수명을 다해 낙엽이 되는 나뭇잎의 소멸과정이다. 여기에는 죽음의 서곡이라는 뜻이 있다. 단풍은 지기 전 까지는 아름답다. 우리들의 인생 황혼도 마찬가지다. 노년은 완전한 성숙이자 잘 익은 열매와 같다. 그것은 빛나는 인격과 고매한 교양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모범이 되고 사표가 되고 교훈이 된다. 그런 사람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함께 있어도 서럽고 옆에 있어도 고독한 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우고 버리면서 느긋하게 살아야 한다. 거기다가 단순 소박하면 더 좋다.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단풍으로 물들고 낙엽으로 떨어질 때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 삶의 과정들도 이와 같다. 단풍은 나무의 한숨이자 체념이다. 비움의 간절한 표현이다. 봄여름을 건너 온 가을 축제다.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기의 할 일을 다 하고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생 역시 단풍과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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