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 떨어지는 소리에 가만히 현관문을 여는데
사마귀 한 마리 가랑잎 대신 시침 뚝 따고 앉았다
하마터면 밟을 뻔 왼 발 오른 발 오그려 깽깽이발로 무작 뛰었다
그것 참 신기하기도 하지 절지동물인데도 뼛속까지 가을이다
어떻게 제 한 몸 온통 가을이 되었을까? 텅 비우면 나도 가을이 될까?
가을만 닮고자 여름내 곤두박질쳤을 몰입의 경지
가을 사마귀 대답은 않고 또르르 촉각을 세운다
처서가 지나니 모처럼 단잠을 이루게 된다. 가을은 귀뚜라미의 등에 얹어 온다고 했던가. 파란 하늘에 고추잠자리가 날고 가을로 익어가는 자연의 섭리가 새삼스럽다. 낙엽이 지는 어느 날, 현관문 앞에서 가을 사마귀를 보았다. 그 하이테크 변신술은 가히 예술의 경지였다. 치열함으로 무장한 가을 사마귀. 삶은 전력투구해야만 한다는 것을. 경외심으로 부끄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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