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니 장에 가시면 이것 쪼끔 저것 쪼끔 발품을 파노라면 순댓국 한 그릇 목구멍이 당그래질 하지만
눈에 담아 코로 먹고 어물전에 들러서 동태 두어 마리 사고는 도마 밑 함지박에 눈뜨고 목 잘린 놈들과 반갑게 눈도장을 찍는다
오메! 저놈들 무 쑥쑥 삐져 넣고 지지면 우리 새끼들 사흘은 발라 먹겄네
아저씨!
저 생선 대가리 좀 주면 안될까? 우리 집 강아지 끓여주게
울 엄니 장에 가시는 날은 우리 형제들 졸지에 강아지가 된다
이 시는 보릿고개를 넘어온 우리 어머니들의 가난한 삶을 하나의 디테일로 사실적 형상과 어머니의 입말을 도입해서 구어 사용과 함께 시적 실감을 높이고자 했다. 시장을 누비며 발품을 파노라면 순댓국 한 그릇이 당그래질 하지만 순댓국도 한 그릇 못 사먹는 어머니, 어물전에서는 생선 대가리를 얻으려는 구걸이 부끄러워 거짓말을 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사실적 형상과 함께 보여준 화자의 정서적 토로인 "우리 형제들 졸지에 강아지가 된다." 는 넉살좋은 진술은 해학적 슬픔을 전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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