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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ㅿ(반치음)`의 음가는 `s`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11/13 [17:59]
▲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반치음(ㅿ)은 반은 치음이고 반은 설음인 소리를 말한다. 반설음(ㄹ)도 마찬가지다. 반치음처럼 절반은 치음, 절반은 설음으로 구성돼 있다. 그 둘의 구성 성분이 똑같은데 반치음과 반설음으로 나뉘는 기준은 `겉으로 드러난 소리`이다.

 

즉, 겉으로 드러난 소리가 치음이면 반치음이고, 설음이면 반설음이다. 남성 내에 여성성이 있고 여성 내에 남성성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를 품은 신비로운 소리들이다. `훈민정음해례` 편 2장 앞면의 문구 "半舌音ㄹ, 半齒音ㅿ, 亦象舌齒之形"에 대한 국어학계의 공통된 기존 번역은 "반설음 ㄹ과 반치음 ㅿ자 또한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떴다"다. 나아가 "반설음 ㄹ은 혀의 모양을, 반치음 ㅿ자는 이의 모양을 본떴다"로 `혀`와 `이`를 분리하여 해석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운경(韻鏡: 초간 1161년)`에서의 설명과 맞지 않다.

 

그렇다면 훈민정음 해례본의 설명이 틀린 것일까?  아니다. `亦(역)`자를 무의식적으로 `또 역`으로만 보는 기존 번역이 잘못됐다. 이 문구에서의 `亦(역)`자는 `또한`이 아니라 `모두(總也)`의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위 문장은 "반설음 ㄹ과 반치음 ㅿ자는 모두 舌齒(설치: 혀와 이)의 모양을 본떴다"가 올바른 해석이다. 그래야 운경과 모든 사항이 부합된다. 


`운경`에서 밝힌 것처럼 반치음은 뒤에 설음을 대동하고 있는 치음이다. 그리고 해례본의 설명처럼 `혀`와 `이`를 동시에 상형한 것이 `ㅿ`자이다. `이(ㅅ)`를 앞세우되 `혀(ㄴ)`를 뒤에 절묘하게 감췄다. 앞서, 설명한 `웃음`처럼, `옷을 벗어`를 발음할 때 나는 두 개의 `ㅅ` 비슷한 소리가 바로 `ㅿ` 소리다. 우리가 `소리`라는 말을 발음할 때 초성 `ㅅ`은 혀끝이 아랫니 뒤쪽에 닿아 있게 된다.

 

그러나 `옷`과 `벗`을 발음할 때 종성 `ㅅ`은 혀끝이 아랫니에서 떨어져 혓소리 `ㄴ, ㄷ`처럼 윗잇몸 쪽으로 올라가버린다. 그런 상태에서 `옷`이 `을`과 결합하고 `벗`이 `어`와 결합하면, 그 시옷 소리들은 `소리`의 초성 `ㅅ`과는 달리 혀가 설음과 같은 모양의 반치음으로 변해 `오ㅿㅡㄹ`과 `버ㅿㅓ`가 된다. `짓다→짓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 음가는 `지ㅿㅓ`이다. 한편, 반치음은 반설음과 그 구성요소가 같기 때문에 어음이 변하는 과정에서 반설음으로 `성(聲) 전환`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중국어에서 일어났다. 고대중국어에서는 우리와 같은 소리였던 반치음은 현대중국어 보통화(普通話)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모조리 반설음 r로 변했다. 같은 중국이지만 광동어에서는 우리나라 한자음처럼 반치음이 목구멍소리 `ㅇ`으로 변했다.


`어제훈민정음` 편에서 "ㅿ은 穰(풍년들 양)자의 초성"이라 했는데, `양`은 현대의 변음이고, 그 정음은 `샹`과 유사하되 혀끝 모양이 설음과 같은 반치음 소리다. 혀의 모양과 위치, 소리 등을 종합해 볼 때, 우리말 반치음(ㅿ)은 영어 `s`에 해당되는 소리다. 그럼 우리말 `ㅅ`은 영어로는 무슨 글자일까? 엄밀히 말해, 영어에는 `ㅅ`에 해당하는 로마자가 없다.

 

그러니 새로운 로마자를 만들지 않는 이상, 통합적으로 `ㅅ`도 s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입장 바꿔, 우리가 영어 r과 l 소리를 한글로는 구분치 않고 `ㄹ`로 통합해 쓰고 있듯이. 훈민정음에는 z에 해당하는 글자는 없다. 새로 만들어야 한다. s는 무성음이고 z는 s에 대응하는 유성음이다. s에 해당하는 훈민정음 글자가 `ㅿ`이라는 것에 착안하여 <사진>에서처럼 새로운 글꼴을 제시해본다.

 

`갖다`의 응용형인 `갖어→가져`의 `ㅈ` 소리는 반치음과 마찬가지로 혀끝이 아랫니에서 떨어져 윗잇몸으로 올라가되, 단음 초성 `ㅈ`과는 달리 유성음으로 변하니 바로 그 음이 영어 z 소리에 해당한다. 제시한 z에 해당하는 글꼴은 무성음인 ㅿ과 조화된다. 또 `좇아→조차`처럼 `종성 ㅊ`에 이은 설음성 `ㅊ` 자형도 한 번 제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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