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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矛盾)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기사입력  2019/11/14 [15:50]
▲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옛날 중국 초나라에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 장사꾼은 큰소리로 장담하며 "내가 파는 이 창은 어떤 방패라도 다 뚫을 수 있고, 또 내가 파는 이 방패는 어떤 창이라도 다 막아낼 수 있소"라고 말했다. 그러자 어떤 사람 하나가 그에게 되물었다. "당신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구려. 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의 창끝이 당신의 방패를 뚫는다면 어찌 하겠소?" 이 질문에 그 장사꾼은 유구무언(有口無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정답을 찾기 어렵고, 마치 난이도(難易度) 높은 수학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은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서로 의기투합해 지혜를 짜내고 "이것이 정답"이라며 추진했던 일들이 나중에는 후회하며 애써 외면하는 대상이 되기 일쑤다. 필자는 2019년 대한민국의 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이런 모순되는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깊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25년도 더 지난 때에 일을 잠시 소환해본다. 울산 남구에 한창 개발붐이 일어나고 있던 때여서 고층 아파트가 속속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필자는 한 아파트를 가가호호 방문하며 신문판촉을 하고 있었다.


당시의 주거 형태가 단독주택이거나 연립이었다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서 낯선 이들의 방문을 꺼리는 정서였다. 당연히 문전박대가 심했고 판촉이 어려웠는데 마침 한 집 앞에 서서 벨을 누르자 스르르 문이 열렸다. 필자 앞에 선 사람은 대학생이었다. 그러면서 다짜고짜 필자를 향해 거친 언사를 토해냈다. "아니 이 따위 쓰레기 신문을 왜 홍보하고 다니는 거예요?" 필자는 어이가 없어서 웃고 있다가 그 청년이 분을 삭이고 있는 틈을 타 반문했다.

 

"일제강점기 우리의 입바른 소리를 누가 대변했던가요. 지금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이 신문의 기자들이 우리 국민의 심정을 대변했지 않았나요" 그것이 못마땅했던 일제는 폐간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전까지 내렸다. 역사의 시간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여지는 무수한 사건들이 결합해서 형성된다.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무시할 수 있지만 항상 당대의 사람들이 발 딛고 섰던 현장을 쉬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런 취지로 필자가 차근차근 얘기하자 청년은 말없이 듣고 있더니 인사를 하고 집안으로 사라졌다.


필자는 그 경험이 당시에는 생경했다. 그러나 그 청년이 배웠던 논조는 현대까지 학습되고 계승되고 있음을 근자에 깨닫고 있다. `전환시대의 논리`와 `태백산맥` 같은 소설류의 한쪽만의 역사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주류언론들을 쓰레기라 매도한다. 게다가 기성세대들이 쌓아올린 좋은 전통조차 적폐청산이라는 기치아래 어둠의 동굴로 내던져버린다. 그들은 기성세대들의 불합리와 부정부패를 증오하는 것만 아니라 아예 존재의 싹을 잘라버리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들은 프레임과 선동에 능하다. 지난 정부의 탄핵을 주도했던 세력들은 언론과 방송을 잘 이용할 줄 알고, 반기업 친노조 정서와 반미 반일의 프레임을 설정해 자신들이 세력들을 확장하는 데 실력이 탁월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천명(闡明)한 이번 정부가 출범할 때 필자는 부국강병 국태민안의 항해를 기원하며 잘 되기를 바라는 일말의 마음을 품었다.

 

그러나 필자는 차제 그 마음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자화자찬과 품격 자랑만 말고, 언론이 말하는 내우외환의 경고를 새겨듣기 바란다. 내 안의 모순과 자가당착을 발견해서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개인과 조직은 빛 앞에 소멸되는 어둠처럼 조만간 존재조차 망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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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14 [15:50]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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