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마당 깊은 꽃집 안주인
 
이주희 시인   기사입력  2019/11/14 [15:57]

그녀의 칠십 평생은 안개꽃이었다

 

출근하는 장미를 도드라지는 빨강으로 빛내고
학교 가는 튤립을 오색 구슬같이 꾸며주고
오도카니 집에 남은 백합의 향기를
팔랑팔랑 흰나비처럼 날아다니게 만들었다
뾰로통해진 카네이션에게는 햇살 한 아름 안겼다
시들시들 처진 프리지아에겐
손뼉 응원을 하고 살며시 등허리를 받쳐주었다
백로 지나고 쌀쌀한 기운에 해쓱해진 국화를  
앙상한 두 팔로 힘껏 보듬어주었다

 

마당 깊은 꽃집에
일기예보에도 없던 폭풍우가 들이닥친 날
겁에 질린 꽃들 앞에서 그녀는
퍼스트 펭귄이 되어 오리무중 속으로 뛰어들었다

 

출근길 장미는 여름날 모래알만큼 반짝였고
등굣길 튤립은 무지개같이 영롱해졌다
백합 향기는 멋쟁이나비처럼 온 동네를 누볐으며
카네이션은 볼우물이 파이도록 웃었다
프리지아는 감로수를 들이켠 듯 발랄해졌고
혈기 되찾은 자주색 국화는
추석빔이라도 입은 양 의기양양해졌다

 


 

 

▲ 이주희 시인   

꽃집에서 분홍 장미꽃과 안개꽃이 섞인 꽃다발을 보았다. 여고생이 된 듯 설레면서 안개꽃은 늘 다른 꽃을 돋보이기 위해 쓰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을 품어주는 엄마처럼. 이름을 내세우는 일 없이 식구들 뒷바라지로 종종거리는 엄마처럼. 그래도 엄마는 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망설임 없이 앞장서 진두지휘하는 용장이 된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11/14 [15:57]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