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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가득 찬 한 달간의 국어 수업
 
정진희 현대중학교 교사   기사입력  2019/11/19 [17:55]
▲ 정진희 현대중학교 교사   

"바람이 선선하네"에서 "바람이 쌀쌀하네"로 넘어가는 10월, 프로젝트 수업으로 가득 찬 한 달을 보냈다. 늘 마음만 먹고 용기 내지 못했던 연극 수업인데, 드디어 한 달간의 프로젝트 수업으로 열고, 마무리해 본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미 잘 짜인 대본으로 연극 무대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둘 것인지, 대본부터 학생들이 모두 창의적으로 만들어 볼 것인지 부터 고민의 시작이었다. 연극 수업을 다룰 단원의 핵심은 `갈등?`의 개념까지 배우는 것이었기에 갈등이 담긴 대본을 써보는 것부터 수업을 시작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또래의 이야기로 쓰인 유명 작가의 연극 대본의 이 분의 일 정도 공유한 후, 뒤에 이어질 연극 대본을 만들어 보는 것으로 흥미를 유발했다. 분명 중간까지는 똑같은 대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전교생 220명의 내용이 제각각인 것부터가 매우 흥미로웠다. 그다음은 스스로 창의적인 창작 대본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아직 다양한 인생 경험(?)이 부족한 중학생에게 다짜고짜 그럴듯한 대본을 써보길 권할 수는 없기에 몇 가지 생각 카드를 먼저 공유해보았다. 우선 시대 카드부터였다. 현대극에 한정되지 않도록 `조선 시대`, `일제강점기`, `부모님의 학창시절`, `현재 나의 중학생 시기`, `10년 뒤 나의 대학생 시절`, `20년 뒤 나의 사회생활` 등 몇 가지 생각 카드를 제안한 후 가장 흥미로운 시대를 선택해 보도록 하였다.


이런 방법으로 장소 카드, 주인공카드, 갈등카드 등 여러 가지 키워드를 선택하고, 이 생각 카드로 짧은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하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고 공유가 쌓일수록 학생들의 얼굴에는 빛과 자신감이 차올랐다. 불과 2시간 만에 모든 학생이 자신의 창작 연극 대본을 완성할 수 있었다. 무려 10분 남짓의, 그것도 지시문과 대사, 배경이 모두 정돈된 실제 대본을 말이다. 6~7명을 하나의 조로하여, 대본 중 가장 갈등이 잘 드러나고 흥미로운 연극으로 만들 수 있는 대표 대본을 선정한 후 역할 분담까지 이어나갔다.

 

수업을 이 정도 진행하다 보니 교사의 역할보다는 학생들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뭔가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보고자, 시간 시간의 학습 목표에 맞는 연극의 단계를 밟아나가는 학생들의 눈에는 반짝임이 더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스스로 역할을 분담하고, 대본 속의 갈등에 대해 논의하고, 연극 리허설을 이어가니 어느덧 실제 연극 무대를 펼칠 날이 다가왔다. 이름하여 `현대중학교 국어 연극제`이다!  연극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서 가장 염려한 부분 중 하나가 실제 연극 수업을 마무리하는 연극제의 날에 `막상 무대 위에서 연기를 부끄러워하면 어쩌지`와 `관객(보고 있는 친구)들의 반응이 별로면 어쩌지`였다.


무대에서 진지하게 연극을 펼칠지도 의문이었지만, 요즘 말로 손발이 오글(?)거린다며 관객들이 비웃는다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이 연극 수업은 큰 배움이 없이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 연극 수업이 국어 수업의 일환에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자존감 수업, 표현 방법에 대한 이해, 소통의 첫걸음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걱정은 학생들의 실제 연극제 모습에서 완전히 씻어낼 수 있었다. 연극제 전 그동안의 노력을 무대에서 모두 펼칠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담아내 볼 것, 그런 친구들의 노력을 응원해주고 손뼉 쳐 달라고 당부한 덕분인지 모든 학생들은 열정적으로 무대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연출자, 주인공, 조연, 소품, 배경 어느 역할도 빛나지 않을 수 없었고, 무대에 녹아든 갈등이 드러날 때마다 바라보는 모든 관객은 함께 공감했고, 웃음 코드가 드러날 때는 모든 관객은 배를 잡고 웃었다.

 

이런 한 달간의 연극 수업은 대본을 읽고 분석하며 갈등(葛藤)의 `갈`이 한문으로 `칡 갈`이고, `등`이 `등나무 등`이며, `상황이나 사건이 얽혀 있다`라는 뜻을 배워보는 시간보다 훨씬 와닿았으며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학생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연극무대, 이 한 달간의 수업을 마무리하고 보니 국어교사로서 한 뼘 성장한 나에게도 큰 배움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쌀쌀한 바람이 아닌, 세찬 바람이 되어버린 11월, 또 어떤 국어 나들이를 이어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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