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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를 모십니다"
 
박상복 울산 북구의회 의원   기사입력  2019/11/20 [18:19]
▲ 박상복 울산 북구의회 의원    

평소 알고 지내는 나름 탄탄한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을 만났다. 그는 대뜸 `대표이사할 사람이 없어 회사 경영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연말인지라 내년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한 계열사 임원 자리이동 등 인사 관련 고민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다. 대표이사를 예비범법자로 만드는 현 상황에서 누가 선뜻 법적 대표이사를 하겠냐는 말을 우회적으로 빗댄 것이었다.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하루에 8시간, 1주일에 40시간(최장52시간) 이상 일해선 안 된다고 못 박은 결과다. 근로기준법 부칙대로라면 내년 1월1일부터 종업원 50인이상 사업장은 주 52시간근무제가 적용된다. 이를 어겼을 때 미국은 벌칙 규정이 없고, 독일은 최대 1만 5천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면 한국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무겁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일하는 전통적 사고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현정권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과연 4차 산업혁명, AI시대를 준비는 하고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업종과 환경에 따라 시간과 장소를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이다. 한국 경제는 특히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주52시간제를 적용해서 과연 이 글로벌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뉴욕의 아침 10시는 서울의 밤 12시다. 이렇게 세계 시차가 다른데 아직도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란 공식을 국내 전 업종과 직군에 맞추려고 하다니 기가 찬다. 일본은 연장근로 시간을 노사가 합의해 연 720시간 더 늘릴 수 있고 독일 역시 단체협약으로 1일 10시간 초과 근무가 가능하다.

 

프랑스는 탄력근로기간이 단협에 의해 최대 3년까지 적용가능하며 미국은 연장근로 기간의 한도 규정이 없다. 단체협약으로 결정한다. 일의 증감에 따라 신축적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50~299인 규모의 제조사업장 60.7%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 아직 준비가 덜 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직종이나 일의 성격을 고려해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 합의하는 경우 어느 정도 자율성을 둬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차를 포함한 신차를 개발할 때 엄청난 에너지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을 해야 할 정도다.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순간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된다`말이 기업인들 사이에 자주 나온다. 종업원의 연장근로 뿐만 아니라 임산부 보호, 성차별, 직원의 허위 공시 등 대표이사가 직원을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분야에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만 해도 CE가 사건이 터지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법령의 형벌 규정 2657개 가운데 83%인 2205개가 CEO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다. 일단 대표이사가 되는 순간 수천 가지 형사처벌 조항에 갇히면서 예비 범법자가 되는데 어느 누가 대표이사를 맡고 싶겠나. 이렇게 따지면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업무규정을 어기거나 잘못하면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대통령도 처벌을 받고 인신 구속돼야 형평성 있는 법 적용일 것이다. 

 

올 상반기 한국기업의 글로벌 투자 실적은 사상최대인 300억 달러 수준에 육박하지만 외국인 투자 신고액은 100억 달러도 안돼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3%나 급감했다. 이 것만으로도 한국이 외국 기업인들에게 얼마나 투자매력이 떨어지는지 알 수 있다. 이런 판국에 `직원 300여명 중 한명이라도 근무시간을 어기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전 직원 근무시간을 일일이 점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어느 기업인의 하소연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현장에서는 규제가 더 늘어난다고 아우성이다. 청와대는 홀로 경제가 견고하다고 하지만, 갈수록 추락하는 경제 성장률을 높이려면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재정을 아무리 풀어도 민간에서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재정은 마중물 역할도 못한다. 세금 낭비일 뿐이다. 최근 발표되는 통계와 경제지표들을 분석해보면 한국의 경제가 긴 겨울을 맞이 할 수도 있는 심각한 지경이다. 내년 한국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낮은 1%대가 될 것이라고 제시되는 경제연구소가 많다.

 

어느 때 보다 기업들이 투자할 의욕을 불어넣어주는게 중요한 시점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정부가 돈을 풀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시장에서 만들어 낸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려 경기침체에 대응해야 한다. 기업인들의 투자 의욕을 북돋우려면 기업과 CEO를 옥죄는 과잉 규제와 처벌 조항들부터 손질해야 할 것이다. 치열해지는 경제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해주고 경제성장률도 올려줄 마법의 열쇠는 경제 주체들에게 자유를 보장해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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