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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리뷰(1)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기사입력  2019/11/24 [15:36]
▲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누구도 옛날이야기를 듣고자 고전을 읽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답답한 지금의 현실을 넘어 좀 더 나은 미래의 지혜를 얻고자 고전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얻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에 저술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그런 고전의 하나다.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사실 끝까지 읽어내기도 어렵고 또 잘 이해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런데도 언제나 `잘 나가는` 책이다. 출판업자들 사이에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으로 통한다. 국내에도 이미 30종 넘는 번역본이 있다. 새로운 번역본도 해를 거르지 않고 꾸준히 나온다. `군주론`을 응용한 실용서나 처세술 책은 훨씬 더 많다. `군주론`에 등장하는 여러 주인공은 인터넷 게임에서도 볼 수 있다. 영국의 한 맥주병에도 마키아벨리 얼굴이 있다.

 

마키아벨리야말로 시간의 풍화작용에도 쇠락하지 않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왜 마키아벨리인가? 이렇게 바꿔 생각해보자. `군주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개념은 무엇일까? 혹자는 비르투(virt?)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객관적 상황이나 제약 조건을 뛰어넘을 수 있는 주체적 의지나 역량`을 가리키는 이 말이 `군주론`을 대표하는 개념임에는 틀림이 없다. 


마키아벨리는 신의 은총이나 가변적인 운명의 힘을 존중하라고 권고했던 `근대 이전의 수동적 정치관`을 무너뜨리고자 했는데 그런 마키아벨리의 의지를 잘 나타내는 용어가 비르투이기도 하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니다. 파생어나 합성어 등을 모두 합해 50번 정도 사용된 비르투보다 더 많이 사용된, 더 중요한 개념이 있다.

 

그렇다면 네체시타 일까? 네체시타는 `선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정치 상황이 갖는 불가피성`을 뜻한다. 때로 나라의 안위를 위해 무기를 들고 폭력을 행사해야 할 상황이 있고 다른 정파의 음모와 계략에 맞서 잔인함조차 선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정치의 본질을 잘 나타내는 개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도 답은 아니다. 포르투나일까? 포르투나란 `인간의 선택을 좌절시키는 악운으로 나타나거나 반대로 벼락부자처럼 갑작스러운 길운으로도 작용하는 정치 상황의 가변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포르투나도 답은 아니다. 그렇다면 프루덴차일까? 프르덴차란 `정치의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고 변화의 기회를 알아챌 수 있게 하는 인식의 힘`을 가리킨다. 성경에서는 `뱀 같은 지혜`로 표현했고 스콜라철학을 이끈 토마스 아퀴나스는 `실천에 필요한 이성`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프루덴차도 아니다. 그럼 무엇일까? 당연한 답으로 들리겠지만 하나는 `군주`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최고의 주인공이라 할 체사레 보르지아를 `미래 권력`이라 칭하며 이 두 주제를 다뤘다. 미래 권력이 있다면 과거 혹은 기존 권력도 있다는 뜻인데 이미 시효가 끝나가고 있는 권력과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권력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당시 생각은 이랬다. 우선 그는 피렌체 같은 `지방의 작은 도시 공동체`로는 이탈리아인의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고 보았다.

 

그의 시대인 16세기 초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등장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인간사는 더 큰 광역의 통치 체제를 향한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5대 지방 권력(피렌체와 밀라노, 로마교황령, 베네치아, 나폴리)으로 나뉜 이탈리아가 아니라, 이들을 통합해 하나의 이탈리아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게 `군주론`의 중심 주장이었다. 당시 이런 국가 개념은 전적으로 새로운 것이었다. 국가가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은 16세기를 지나며 서서히 나타난 변화였다.

 

영토ㆍ주권ㆍ국민의 3요소로 이루어진 국가 개념은 17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야 분명해졌다. 그 이전 세기, 즉 마키아벨리 시대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어의 stato나 영어의 state는 "지위나 상태"를 가리키는 보통 말이었고 `군주론` 곳곳에도 이런 용법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런 상태에서 마키아벨리는 `국가`에 `구속력 있는 명령이 적용되는 독립된 범위의 통치체`라는 의미를 담아낸 것이다.

 

그의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20세기 초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정의한 대로 `국가란 특정한 영토 안에서 폭력의 정당한 사용을 독점한 인간 공동체`라는 용어로 발전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이를 위해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국가(stato)라는 용어를 비르투보다 두 배가 더 많은 110회 정도 사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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