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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리뷰(2)
 
박상훈 국회 미래연구원 초빙연구원   기사입력  2019/11/25 [15:44]
▲ 박상훈 국회 미래연구원 초빙연구원  

그렇다면 왜 체사레 보르지아였을까? 로마 교황(알렉산데르 6세)의 숨겨진 아들이자, 용병 대장, 나아가 전쟁 영웅에 가까웠던 그를 통해 마키아벨리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군주론`의 중간 부분을 보면 프랑스 루이 12세의 총리대신인 "루앙의 대주교"(조르주 앙부아즈)와의 대화 장면이 나온다. 이때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것은 이렇다. 당면한 유럽의 중심 문제가 겉으로 보기에는 `전쟁`의 형태를 띠고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더 중요한 것은 `국가 형성`에 있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프랑스 총리대신에게 "당신이 전쟁을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정작 국가는 모르고 있다"고 응수했다. 요컨대 당시 이탈리아와 유럽을 휩쓸고 있던 전쟁의 문제는 국가 간 체제 즉 근대적 국제 질서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군주론`의 마지막은 르네상스 시기를 대표하는 인문학자 페트라르카를 인용하며 이렇게 끝난다.

 

"광포한 침략에 맞서 비르투는 무기를 부여잡을 것이다. 전투는 길지 않을지니 이는 고대의 용맹이 이탈리아인의 마음속에서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기 때문이다." 지방 권력과 도시로 흩어진 이탈리아가 아니라 하나의 통일된 국가를 창출해내기 위한 이탈리아인들의 분투와 노력을 격려하는 것이 `군주론`의 결말이다.


이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체사레 보르지아라는 군주가 어떤 측면에서 성공하고 또 어떤 이유에서 실패했는지를 분석한 것, `군주론`의 본론은 그것이다. 나아가 향후 누군가 국가라는 이 미래 권력을 세우는 과업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모범적인 지침으로 그의 활동"에서 배울 것이 무엇인지를 열정적으로 토로하고 있는 것이 `군주론`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을 통해 보면 왜 오늘날 이탈리아인들이 마키아벨리를 "애국자"로 칭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애정과 존경은 대단한데 지금도 그의 존재는-르네상스의 천재 예술가의 한 사람인 미켈란젤로의 무덤이 있는-산타크로체성당 안에 "어떠한 찬사도 그 위대한 이름에 합당치 않다"는 기념 문구가 새겨진 무덤에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마친다면 왜 마키아벨리인가에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그가 국가라는 미래 권력을 창출하기 위해 군주에게 권한 것들에는 통상의 도덕론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은데 바로 이 문제를 다루지 않고는 마키아벨리가 가져온 대변화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군주론`의 첫 문장으로 가 보자. `군주론`은 "군주(Principe)로부터 호의를 획득하려는 자들은~"으로 시작된다. 우선 여기서 말하는 군주는 `왕`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re(king)와 monarca(monarch)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통치자`나 `리더`, `정치가`, `입법자`로 이해해도 얼마든지 무방하다. 그래서 정치사상 분야 연구를 주도하는 영국 캠브리지 학파의 퀜틴 스키너 교수는 Principe(군주)에 대한 영어 번역을-그간 주로 채택해 온 Prince 대신-Ruler로 바꿔 옮겼다. 


하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에 나오는 `획득`이란 표현이다. 그간 국내 번역본은 대부분 이 부분을 "호의를 얻고자", "호의를 구하고자" 등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는 마키아벨리답지 않다. 왜냐면 그는 호의는 물론 은혜도, 사랑도, 믿음도 모두 자신의 주체적 의지로 획득해 내야 한다고 여겼고 이것이야말로 `군주론`이 동반한 세계관의 변화였기 때문이다.

 

`군주론` 본문에 나오는 몇 개의 문장을 더 보자. "군주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는 것이 더 나은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사랑받기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 나의 대답이다. 인간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좋아서 그런 것이지만 군주를 두려워하는 것은 군주의 뜻에 따른 것이기에, 현명한 군주라면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의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에 기초해 결정해야 한다."

 

또 다른 표현을 보자. "당신은 다른 누군가가 손잡아 줄 것을 기대하고 넘어져서는 안 된다. 이런 방어책은 당신 자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에 비겁한 일이다. 바람직하고 확실하고 영구적일 수 있는 유일한 방어책은 당신 자신과 당신의 비르투에 의존하는 것이지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현명한 군주는 동맹군으로 승리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군대로 패배하는 것을 택한다. 동맹군에 의존해 얻은 승리는 진정한 승리로 평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의 호의에 기대거나 의존해 수동적으로 구하고 얻기보다 자신의 의지와 힘, 주체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획득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당시 이탈리아가 처한 상황에서 마키아벨리가 진정으로 권고했던 정치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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