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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홍문식 시인   기사입력  2019/11/25 [17:19]

사내들 소굴에서 자랐던 나는
예쁜 여자는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았다
그 환상을 깨트려 준 여자가 아내였다
어른들이 착하고 살림 잘할 것 같다며 서두르는 바람에
엉겁결에 아내로 맞은 여자
마음 같아선 지금이라도 되 물리고 싶은 여자
남편을 하늘처럼 떠받들어 주는 것도 아니고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커리어우먼처럼 돈을 벌어오는 것도 아닌데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예쁜 구석이라곤 찾을 수 없는 여자
어쩌다 인연이 닿아 함께 살게 된 여자
아들 낳기를 고집해 딸을 반 타스나 낳은 아가집이 실한 여자
여자 팔자는 다스리기 나름이라며
무조건 쉽고 편하게 살 생각만 하는 여자
이 여자 만 아니면 다른 여자는 다 될 것 같은
매력이라고는 단 한군데도 없는 여자
미울 때는 차라리 없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여자
한평생을 같이 살았어도 미운 정 밖에 들지 않은 여자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여자
미련곰퉁이처럼 자기 몸도 챙길 줄 모르는 여자
그 여자가 암(癌)선고를 받았을 때 
미웠던 마음은 다 어디로 가고
눈물이 앞을 가려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꼭 살려달라고 살려주어야만 한다고
하느님께 간절히 새벽기도까지 하게 했던 여자
아내라고 불리는 그 여자

 


 

▲ 홍문식 시인    

불가에선 부부는 몇 백 억겁의 연으로 해서 맺어진다는 말이 있다.허나 아무리 연으로 맺어졌다고는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부부로 산다는 것은 사랑과 배려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부부싸움은 부부로 맞추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툼이라 할 수가 있다. 그 과정에서 미운 정 고운정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부부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 근래에 남편을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아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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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25 [17:19]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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