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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28자 소리, 지금도 모두 살아 있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11/27 [16:50]
▲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 24자 체계는 훈민정음 28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 숫자가 보여주듯 훈민정음 28자에서 네 글자가 빠진 24자의 현 한글은 불완전하다. 빠진 퍼즐 조각들이 채워지기 전엔 전체 그림을 볼 수 없는 법이므로. 본래 우리나라의 말소리 전체를 적어낼 수 있도록 세종대왕에 의해 고안된 훈민정음 28자 체계는, 불행히도 일제 때 조선총독부의 `언문철자법(1930)`에 의해 언문 24자 체계로 왜곡ㆍ손상됐다.

 

그 이래 나라의 땅은 광복(1945)됐으나,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자 우리 문화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은 아직 그 빛이 온전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비록 우리말과 글에 대한 열망은 강했을 지라도, 살아생전 한 번도 훈민정음 해례본을 접하지 못해 자의적 `뇌피셜`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연구자들과, 1940년 이후 해례본을 보았을지라도 그 일부 중요 문구들을 오해하고 곡해한 `권위`의 국어학자들로 인해 아직 훈민정음의 진의는 현대한국인들에게 완전하게 소통되지 않고 있다. 세종의 뜻을 가장 잘 알아차린 학자들 중 한 명인 신숙주는 `동국정운(1447)`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말소리는 그 청탁의 분별이 중국과 다름이 없는데, 한자음만은 유독 탁성이 없으니 어찌 이러한 이치가 있을 손가? 이는 청탁이 변한 것이다." 훈민정음에서 청성(淸聲)은 `빠르고 짧은 소리`를, 탁성(濁聲)은 `느리고 긴 소리`를 의미한다. 신숙주의 이 말은, 당시 우리나라의 토속어에는 청성과 탁성이 구별되어 존재했지만 한자음은 탁성이 모조리 청성으로 변하여 사라진 관계로, 정확한 의사소통과 구별을 위해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으로써 조선한자음의 탁성을 복원하였다는 말이다.

 

세종이 `大(대)`와 `韓(한)`의 한자음을 긴소리 `때`와 `ㆅㅏㄴ`으로 복원한 덕분에, 572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大`와 `韓`을 동국정운에서처럼 장음으로 발음하고 있다. 신숙주의 증언과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나라 말소리에도 세종 때와 다름없이 하늘아(ㆍ, 속칭 `아래아`), 반치음(ㅿ), 후설모음의 목구멍소리(ㆆ: 속칭 `여린히읗`), 콧소리성 어금닛소리(ㆁ), 순경음(ㅸ)이 매일 발성되고 있는데도, 글자로는 쓰이지 않으니 어찌 이런 이치가 있을 수 있는가? 이는 일제의 `언문철자법` 이후 훈민정음이 왜곡ㆍ손상된 것이다. 

 

현재 상황은 다음과 같다. ①`ㅏ`와 발음이 구별되는 훈민정음 제1번 중성 `ㆍ`자는 그 음가가 잊힌 채 구별 없이 `ㅏ`자로 쓰이고 있다. ②`ㅅ`과 구별되는 반치음 `ㅿ`은 `ㅅ`으로 쓰이거나 `ㅇ`으로 변음 됐다. ③세종 당시 토속어음을 적을 때는 `ㅇ`과 통용되었으나 한자음을 적을 때는 `ㅇ`과 구분되었던 `ㆆ`은 지금, 한자어ㆍ토박이어할 것 없이 모두 `ㅇ`으로 쓰이고 있다. ④영어 ng 소리에 해당하여 분명히 `ㅇ`과 구별되는 어금닛소리 `ㆁ`자는 현재 구별 없이 목구멍소리 `ㅇ`자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⑤`ㅂ`과 구별되는 입술 가벼운 소리 `ㅸ`은 현대한국어에선 `ㅂ`자로 쓰이거나 `ㅇ`으로 변음 되었다.

 

 이처럼 글자로는 더 이상 쓰이지 않으나, 그 본래 소리들은 세종 때와 똑같이 지금도 전국에서 발성되고 있으니 이 부조리를 어찌할 것인가? 그 빠진 글자들이 복원될 때, 우리말과 글은 일치돼 세종이 염원했던 진정한 문명국이 이뤄질 것이다. 회고해보건대, 한 고문자 연구가가 우연히도 고전(古篆)에 대한 이해가 관건인 훈민정음 해례본의 말귀를 알아듣고 훈민정음의 실체를 엿보게 되었으나, 그것은 기쁨임과 동시에 고통이었다. 독립 운동가이자 조선어학회 33인 중 한 분인 신현모 선생 손자의 큰 도움으로, 일단은 사라진 네 글자에 대한 실상을 언론에 알릴 수 있었다. 소통이 쉽지 않은 글임에도 호응과 격려해주신 분들께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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