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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끌고 가기
 
김도향 시인   기사입력  2019/11/27 [16:54]

한 생각을 끌고 가는 일은
고삐 풀린 황소 한 마리 끌고 가는 듯하다

 

열두 고비를 넘고 넘어야 닿을 수 있는,
한 눈 파는 사이
남의 콩밭으로 황망히 뛰어들고
한 고삐 늦추는 사이 또 논물 핥아먹고
한숨 돌리는 순간 또 다른 길로 접어드는,
깜박 조는 사이 산등선 하나 넘고
코앞에 끌어다 놓으면
다른 암소 엉덩이 쳐다보고 침 질질 흘리는,
오리쯤 가다가 풀 한 번 뜯고
십리쯤 가다가 되새김질 한 번 하고
백리쯤 가다가 오줌 한 번 지리고
흐르는 강물처럼 한 곳에 멈출 줄 모르네

 

그러다가
꽃러럼 피워놓은 똥무더기
마침표 찍듯 흔적없이 사라지네

 


 

 

▲ 김도향 시인   

어릴 적 내 친구는 소꿉놀이 보다 고무줄놀이 보다 우리집 일꾼 황소 한 마리였는지 모른다. 여름방학이면 물론이고 일요일이든 공휴일이든 소이까리 잡고 산으로 들로 소몰이 갔었다. 저 가는대로 따라 가자면 밭이고 웅덩이고 긴풀이건 잔풀이건 가리지 않았다. 긴꼬리 한번 흔들고 쉼없이 훌쳐 넣는 식성은 맷돌을 돌리듯 지난했다. 축늘어진 쌀가마니같은 배는 꽉찼는지 안찼는지 가름 할 수 없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야 집으로 올 수 있었다. 풀 뜯는 황소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한 생각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없듯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어디에 앉을 줄 모르는 날파리 쫒을랴, 물 찾을랴, 콩밭 찾을랴, 수수밭 찾을랴, 먼산 훔쳐보랴, 흐르는 침 삼키랴 ,가끔은 뒷발질도 하랴, 한 눈 파는 사이 산능선 넘을랴, 손바닥같은 두 귀도 펄럭여보랴, 암소 따라 도랑물 건너랴, 한 곳에 묶어 둘 수 없는 화두 같은 것, 본성을 찾아 망과 고삐를 들고, 소발자국을 찾고, 소를 발견하고, 막 찾아 고삐를 매고, 길을 들여 소를 타고,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 집에 돌아와 보니 애써 찾은 소는 없고, 자신만 남아 있는 것, 더 궁구하여 자신도 없고 ,자연의 모습만 있는 참된 지혜를 터득하는 것, 그래서 중생들을 위해 복 과 덕을 베푸는 중생제도가 선종의 궁극적 깨달음인 심우도 같은 것, 한 생각을 끌고 가는 것은 도에 이르는 일념염불의 수행법과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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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27 [16:54]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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