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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마
 
김곳 시인   기사입력  2019/11/28 [15:45]

너무 많은 흔적을 가지고 있다

 

많은 발을 가졌다는 건
고행 같은 먼 길을 부여받았다는 것

 

발의 개수가 좀 모자라도
파릇한 풀잎에 숨어
귀뚤귀뚤 노래하면 안 되나
찌르찌르 울어보면 안 되나

 

바람 든 헛깨비처럼
소리 없는 발들만 왜 그리 많은지
마주치면 내가 소름 돋는 발, 발, 발
온 몸의 세포들이 받들어 총

 

하필 많은 것이 발이어서 뛸 수가 없겠다
발의 수만큼
양말이나 신발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발가락이 없는 발
발톱이 없는 발
뒤꿈치를 세우며 가는 발
신발인지 쉰발인지
지나간 길에 남겨진 간지러운 발자국엔
물 한 방울 없는 슬픔이 묻어난다
 
발의 흔적 감출 새라곤 없는
부산한 맨발이
오늘도 어느 반지하 장판을 빠져나오다 그만,
생사의 건널목이 되고

 

너무 많은 발을 가진 기차가 달려간다

 


 

▲ 김곳 시인  

기계화된 현대는 빛의 속도로 시간을 쫓고 또 쫓는다. 바쁘게,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내면서 남겨진 흔적들 돌아볼 여유조차 없지만 결국 삶의 발자국은 무수하게 나를 따라붙는다. 얼만큼 더 미친 듯 살아야 눈부신 세상에 당당해질 수 있나, 많은 발의 개수는 쓸쓸한 욕망일 뿐이다 풀벌레 노래하는 자연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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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28 [15:4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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