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린 시절 열 살 무렵부터 신문배달을 했다. 야음시장을 중심으로 주변 유공사택과 깨밭골 주변으로 사방팔방 배달을 다녔다. 그때는 조간신문의 지면이 8면 정도로 얇아 누런 포장지에 신문을 둘러말아 옆구리에 끼고 내달렸다. 배달을 마치고 나면 신문에서 배어나온 기름 때문에 손가락 끝이 새까매지곤 했다.
그러다가 신문의 지면이 늘어나고 무거워지면서 오토바이를 이용하지 않으면 배달이 힘들 정도로 신문사마다 증면 경쟁을 벌이는 시절이 도래했다. 당시 신문지국 총무생활을 하면서 판촉사원을 통해 신문 구독을 권유하면 하루에 10부~ 20부정도 신청을 받았다. 당시 신문사는 중앙지나 지역신문 가릴 것 없이 판촉에 사활을 걸만큼 매달렸다.
그때는 정말 신문사에 돈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신문지면에 쏟아지는 광고뿐만 아니라 신문 지국에도 삽지를 요청하는 전단지가 많아 자동 광고 삽지기가 없던 신문지국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신문에 발을 들인 후 이런저런 인연으로 40년 가까이 `신문쟁이`로 아침마다 조간신문의 잉크냄새와 더불어 하루가 시작되곤 했다. 간혹 필자는 40년 가까이 배달했던 그 신문들을 여태 종이신문 그대로 보관해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그랬다면 그 신문들이 나름 상당한 사료적, 금전적 가치를 띄게 됐을 것임에 틀림없다.
편집장 일을 하면서 꼭 기획해 성취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울산지역의 학교에 신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학년별로 기자를 뽑고, 취재를 하고, 편집회의를 거치고 신문을 만든다면 책 읽는 시간도 없는 학생들에게 귀한 경험을 남길 것이다. 선생님의 지도하에 이런 일이 이루어진다면 인터넷 세상이 도래한 지금 그 기사는 온라인상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에서 태동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여태 제작한 차량들을 모아 자동차박물관을 만든다면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에도 든든한 밑받침이 되지 않겠는가. 포니자동차부터 엑셀, 액센트, 소나타, 그랜저로 이어지는 제작과 판매 홍보에 이르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충분히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의 경우 위치 선정이나 부지면적에서 손색이 없고, 세계의 유수 메이커를 사들이는데 상당한 공을 들여 훌륭한 관광지의 면모를 선보인 게 아직도 선연히 기억에 남아 있다. 울산 관광 산업을 위해 울주군에 호랑이 생태체험관을 만든다는 발상은 어떤가.
또 현대미포조선 도크에 돌고래를 방류해 관광 진흥에 이바지한다는 발상도 좋을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여태 발주 받아 건조한 선박들을 다 모을라치면 보관이 쉽지 않을 것이니 실물을 축소한 모형을 제작해 선박산업박물관으로 운영한다면 나름 승산 있는 관광산업의 모티브가 되지 않을까. 그런 실물을 축소한 모형들을 관광지 한 켠에 전시해 둘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무엇보다 지역정서에서 자연히 솟아나오는 스토리를 곳곳에 입혀 공감대를 형성하면 자연스레 사람들의 기대감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문학이 설 자리를 잃고 시가 읽히지 않는 디지털의 시대에 한국의 출판문화는 이대로 영영 추락하고 마는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필자가 편집장의 업무를 봐오면서 구상했던 것이 은퇴를 앞둔 퇴직자에게 일생의 책 한권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 52주 과정으로 글쓰기 훈련을 거쳐 그 동안 적은 글을 모으고, 생활가운데 틈틈이 찍은 사진을 삽화처럼 곁들여 책에 추가한다면 자신만의 멋진 작품이 될 것이고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열게 된다면 환희로운 기념이 되지 않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