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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는 길이 없어 보일 때
 
안중욱 울주군 삼남교회 목사   기사입력  2019/12/08 [15:16]
▲ 안중욱 울주군 삼남교회 목사   

그렇게 찬란한 잎사귀를 자랑하던 우리 `마실` 가로수 은행나무가 홀라당 옷을 벗은 채 덩그러니 서 있다. 어젯밤 한 여름 장마처럼 몇 시간 비가 내리더니 멀리 보이던 신불산, 간월산이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다. 오늘 새벽엔 생각보다 차가운 공기가 온 마실에 출렁거렸다. 이 맘 때면 대부분 교회들은 그 해의 살림살이를 돌아보고 새해의 목표와 재정 예산을 세운다. 2019년을 돌아보니 어려운 고비마다 함께 힘을 모아 간절한 기도로 이겨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감개무량 그 자체이고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 찼다.

 

삼남 교회도 새해 예산을 편성하고 새로운 목표들을 점검했다. 하지만 나라살림이 내년엔 올해보다 더 어렵다는 여러 지표와 이런저런 정보들이 전달되면서 모두의 마음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 조금 전 한 해를 돌아보며 느낀 승리의 감사는 온데 간데 없고 앞으로 헤쳐 나갈 일만 태산처럼 쌓이기 시작한다. 어디 이런 걱정과 염려가 우리 교회뿐이겠는가. 우리 서민의 살림살이에도, 지방 자치단체에도, 중앙 국가 기관에도 그 규모와 중요도의 차이가 있을 뿐 날카로운 찬바람이 불지 않은 곳이 없으리라. 게다가 우리가 처한 안보상황도 그리 마음 놓을 처지가 아니지 않는가. 무엇보다 우리를 옥죄고 있는 국제경제 환경도 살벌하기 짝이 없다.


이에 더해 지역ㆍ세대ㆍ노사 갈등에다 여야와 진보ㆍ보수 진영갈등까지 우리를 암울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어느 한 곳이라도 통합과 연합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곳이 없다. 대신 유명 연예인에서부터 서민들까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만 들린다. 왜 이렇게 됐을까. 어느 곳을 봐도 내탓은 없고 모두가 너의 탓이라는 손가락질 싸움만이 흥건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너무 힘들다고 호소한다. 그에다 이런 호소를 정치적 투쟁에까지 활용할 형세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는 야의 약점을, 야는 여의 무능과 빈곳을 찌르고 펀치를 날린다.

 

이러다 보니 국민들의 빈부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내년 경제 성장 전망치는 어둡고, 안보 상황에다 국제 외교까지 꼬여 사회적 신분상승의 공식 통로인 `개천의 용`이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보다 좋아질 미래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암울한 시그널인 셈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개인적이든 공동체적이든, 사적이든 공적이든, 진보이든 보수이든 간에 우리가 찾고자 애쓰던 길이 과연 온당하고 합당한 길이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정밀하고 솔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우리 안의 깊은 소망의 그물이 과연 바람직한 바다에 바람직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잘 던져졌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 혹시 개인이나 공동체가 자기주장이나 이익을 중심으로 탐욕의 흔적이 묻어있는 그 어떤 것을 구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순수하게 영혼으로 기도하며 점검해야 한다.

 

그래도 정답은커녕 해답조차 안 보이면 하나님 앞에 조용히 다가가길 권한다. 그리고 하나님을 찾고 구하라. 기독교인이라면 넓은 예배당, 최신 각종 사역 프로그램, 넘치는 재정, 풍족한 봉사자에 만족해 환란과 부딪침 없이 형통에 대한 간구와 열정으로만 살아선 안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았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가 없는 풍성한 재정과 봉사자, 건사한 예배당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음에 하나님의 임재와 다스림이 없는 사람이 다른 것을 먼저 구하고 찾는다면 우선순위가 잘못 된 것이다. 이럴 때는 걱정의 근거와 뿌리가 되는 제목들을 하나씩 비워내야 한다.

 

아니 끄집어내 멀리 버리고 안에 하나님의 임재와 그 얼굴의 비춰주심을 구해야 한다. 비워내고 속아낸 만큼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의 손길은 더 따스하게 임할 것이다. 찾는 길이 없어 보일 때가 바로 하나님의 지혜와 인도하심을 순수하게 구할 수 있는 순간이다.

 

하나님의 온전한 인도와 도움을 진솔되게 구하고 찾는 마음을 하나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찾는 길이 없어 애탈 때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소중한 `인생 작전타임`을 불러야 한다. 이를 통해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모두 돌아보고 작은 것에서 감사하고 기뻐하는 것이 절제와 온유한 삶을 가지는 지름길이다. 그렇게 되면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단지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스스로 지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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