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한줄기 퍼부을 듯 하늘이 끄무레하여 우중충하고 눈이 내릴만한 날씨를 표현하는 방법은 동서양이 다르다. 서양에서는 `폼페이 최후의 날 같다`고 말한다. 폼페이우스 배후에 있는 베수비우스 화산이 폭발하여 화산재가 하늘을 덮어 햇빛을 가린 우중충한 날씨를 형용하는 표현일거다. 이에 반해 우리 옛 어르신들은 이런 날씨를 `아침 굶은 시어미 낯짝 같다`고 형용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고부 사이에 며느리가 시어머니 아침을 굶겨 났으니 울그락 불그락하는 시어머니의 낯빛을 마음속으로 그려볼 수가 있다.

아침 굶은 찌푸린 시어미 낯짝을 하늘색에 비기기려면 삼차원적인 육감(六感)의 작용 없이는 불가능하다. 통찰 없이는 도저히 그 비유를 헤아릴 수 없다. 이처럼 헛기침 하나로 백 마디 말을 대신하는 함의를 잘 알아야 서로 소통할 수 있음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정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은 불가의 선문답하듯이 대화하는 고차원적인 대화자체가 사라지고 직설적인 일차원적 표현이 난무하는 사회가 되어 언어생활의 각박함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모든 사회는 경제가 풍요로워진 이후에는 문화를 찾게 되어 있다. 문화는 인간의 생활과 더불어 생겨난 삶의 방식 그 자체이며, 한 집단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각이나 행동 그리고 사물을 모두 포함하는 복합적인 총체라고 할 수 있다. 또 문화는 언어를 통해 유지가 되며, 반대로 언어는 그 자체가 문화이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축적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언어에는 문화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언어를 통하여 인간의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생활은 중요한 문화적 행위가 되게 된다. 동물은 자기의 본능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나타낸다. 그러나 사람은 보다 정교하고 복잡한 형태로 자기 의사표현을 하게 되는데, 보통 주변의 상황을 전개시키면서 핵심은 감추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말하는 뜻을 찾는 것은 대화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요즘의 대화표현법은 자기감정을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에 익숙하다. 통찰에 의한 고급화된 대화법은 없어지고 원시적인 일차원적 표현의 시대가 도래되었다. 그 결과 대화는 무미건조해지고 흑백논리로 치닫게 되어, 대화의 맛과 멋을 잃게 되었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보면 기암을 할 지경이다. 인터넷 게시판의 등장은 사회현실에 대해 비판할 공간이 없던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마음껏 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며, 또 그것이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요즘은 아예 `댓글문화`라는 말을 많이 쓰기도 한다.

그러나 게시판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게시판이 마치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거나 악의적으로  남을 헐뜯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공간으로 여기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댓글의 익명성을 악용한 것인데, 일명 `악플`로 불리어지는 이런 무책임한 댓글은 무고한 사람의 생명까지 빼앗기 일쑤다.

악플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하는 유명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유명인이 아닌 일반 학생들조차 학교에서 반 친구들의 악플로 그릇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댓글문화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존재하며,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는가 하면,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비난을 위한 비판의 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댓글문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때문에 잘못된 댓글문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노력들이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