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벽만 보이는 걸까 벽이 내 앞을 가로막아 설 때마다 활짝 웃는 장미꽃무늬 벽지를 바른다 간혹 다 떼어내지 못한 가시발톱이 줄을 세우기도 하지만 무작정 그 위에 연꽃 도배지를 눌러 바른다 삶이 뿌리는 저 검은 그림자들 앞을 보나, 뒤돌아보나 벽이 길 막고 서 있다 사랑하는 이들 사이 애증과 꽃과 꽃가시 사이 해맑은 웃음과 눈물 사이 모든 틈새에 벽지를 발라 위장해야 한다며 없는 벽, 쌓기도 하는 난 허술하고도 시시한 시, 도배장이
살아가면서 자신 앞에 막아선 벽 때문에, 그 장벽에 대한 무력감 그런 슬픔을 녹이기 위해 시인이 되어 시를 쓰는 게 아닌가? 눈물이 카타르시스가 되듯이 시를 쓰느라 끙끙거리다가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결국 제 잘못도 드러나게 되고 어느새 용서와 화해의 아름다운 벽지를 바르게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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