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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회> 각자내기
 
하송 시인   기사입력  2019/12/10 [15:24]
▲ 하송 시인  

시 낭송 및 문학회 출판기념회가 토요일에 있으니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후 4시에 시작해서 저녁식사까지 예정된 자리였습니다. 행사 끝난 뒤에 익숙하지 않은 시외 밤길을 1시간동안 운전해서 올 생각하니 망설여졌습니다. 신입회원 특집으로 작품을 실어주며 배려해준 회원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꼭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운전을 하지 않고 직행버스 제일 앞좌석에 앉아서 바깥 풍경을 여유 있게 보면서 사색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반가워해주시는 문인 선후배를 만나면서 기쁘게 행사를 치루고 귀가 길에 올랐습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남자 회원 두 분도 함께였습니다. 그 중에 한 분만 직행버스를 타고 다른 분은 배웅을 나왔습니다. 버스표를 구입하기 위해 카드를 꺼내면서 제가 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선배 문인이 손을 내저으며 각자 표를 사자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후배를 배려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너무 단호하게 자르는 말투가 낯설었습니다. 그동안 구수한 고향 사투리와 막걸리 좋아하고 털털한 모습에 무척 친근하게 생각해왔는데 갑자기 내차게 느껴졌습니다. 배웅 나온 분 역시 우리 두 명 버스표를 구입해주려고 했다면서 난감해했습니다.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것을 더치페이[Dutch pay]라고 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각자내기`라는 단어로 순화해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유래로는 네덜란드와 영국이 식민지 문제로 충돌하여 영국과 네덜란드 나라가 전쟁을 3차례 치르면서 두 나라간 갈등이 있었습니다. 영국인들은 네덜란드 사람을 비하하기 위해 네덜란드의 문화인 더치 트리트의 트리트(treat)를 지불하다라는 의미의 페이(pay)라는 단어로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과 같은 더치 페이라는 단어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사연 하나를 접했습니다. 데이트 통장을 준비해서 더치페이를 하며 3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파혼한 여자라고 밝혔습니다. `여자분들 더치페이 절대로 하지마세요.`로 글이 시작되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남자친구와 자녀계획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출산을 하면 여자인 글쓴이가 육아휴직을 하는 걸로 이야기가 잘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육아 휴직하는 동안 생활비를 반절 내지 못하니, 돈을 벌어 오는 자기한테 고마움을 갖고 당연히 여자 혼자 육아와 가사 일을 전담하고 자기는 도와주는 포지션이 맞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남자 친구가 말이 통하지 않고 공평함과 반으로 나누는 것에만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남자친구한테 육아휴직 하라고 하니까 자기가 월급이 더 많다며 거절하고, 베이비시터 쓰자고 하니 모성애 없는 여자로, 친정부모와 시부모 도움 받자고 하자 불효녀로 몰아갔다고 했습니다.

 

화가 많이 나서 대리모 비용이 5천~1억이니까 그 중 절반을 나한테 주면 생활비를 댈 테니 집안일과 애기 키우는 일을 칼같이 반반하자고 했더니, 그동안 개념 있게 봤는데 실망스럽다며 남자친구가 화를 냈다는 것입니다. 글쓴이의 친구는 연애시절 커피 값 정도만 부담해도 남자가 데리러 오고 데려다 주고 결혼한 지금은 가사 및 육아를 전적으로 도와주고 남자가 체력이 더 좋으니 더 많이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남편과 진심으로 서로 아끼며 잘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친구를 보니 자신이 너무 초라해져서 결정적으로 파혼 결심을 굳혔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더치페이 요구하지 않는 남자만 사귀겠다는 친구를 향해서 속으로 개념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제 와서 보니 본인이 바보였다는 자각과 함께 스스로 발등을 찍는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사귀는 남자가 나한테 얼마나 돈을 쓰고 얼마나 희생하는지 지켜봤다가 결혼을 하고, 혹시 그런 사람을 못 만날 바엔 직장도 안정적이니까 그냥 혼자 살겠다고 글을 끝냈습니다. 과거에는 남녀가 데이트를 하거나 여럿이 식사를 할 때 한 사람이 모든 비용을 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세대를 중심으로 `각자내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많아졌습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남녀가 함께 경제활동을 하므로 양성평등적인 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너무 매정하지 않고 사람 냄새가 풍기는 `각자내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들한테 장차 결혼하면 남자가 더 체력이 좋으니까 아내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해야 된다고 교육시키는 중인데 더욱 강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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