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해가 다가온다. 어릴 때 설날이 되면 설빔을 곱게 차려입었다. 남자들은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인 연날리기와 제기차기를 하고 여자들은 널뛰기나 윷놀이 등을 했다. 연날리기를 하면 나쁜 액을 막아주고 복을 가져온다는 말도 있다. 바람이 쌩쌩 부는 언덕이나 넓은 논에서 손을 호호 불면서 연 얼레를 돌리면서 연을 높은 하늘로 날렸다. 얼음이 꽁꽁 언 논에서 얼음이 깨져서 발이 빠져 난감할 때도 있었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넓은 백사장에서 날렸다.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연날리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연에는 종류가 많다. 직사각형 모양의 방패연과 꼬리를 길게 단 꼬리연, 가오리를 닮은 연도 있다. 대나무를 가늘게 잘라서 이을 때는 실로 묶거나 창호지는 풀을 발라서 만들었다. 방패연에는 가운데 둥글게 구멍을 내고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아래와 위에 태극기 그림을 그렸다. 연을 날릴 때는 실을 마음대로 풀어내야 되기 때문에 주위에 건물이나 나무가 없는 곳에서 날렸다. 동작도 빨라야 했다.
연이 올라가는 위치에 따라 연실을 풀든지 감으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연줄이 끊어지면 연이 바람에 날려가 나무에 걸리곤 했다. 꼬리를 펄럭이며 나무에 걸린 연을 살려내느라 몸부림치는 아이들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연 얼레는 실을 감을 수 있게 사각으로 만들었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곳에는 길게 만들었다. 왼손은 얼레를 잡고 오른손은 연실을 잡아당겨서 조정을 한다. 연싸움에는 연 줄 끊어먹기와 연 높이 날리기가 있다. 상대방의 연줄이 끊어지면 이긴다.
연줄이 길어야 연 싸움하기에 유리하다는 말도 있다. 높이 날리려면 연 얼레에 감아져 있는 실을 빨리 풀어야 한다. 이렇게 남자 아이들이 연을 날릴 때 여자 애들은 널뛰기를 했다. 우선 널을 만들려면 삽으로 흙을 파 널 가운데 부분이 약간 두둑하도록 해야 한다. 그 흙 위에 나지막하게 짚단이나 다른 물건을 놓고 그 위에 다시 긴 널빤지만 올리면 멋진 널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널빤지 양쪽 끝에 한 사람씩 마주 보고 서서 번 갈아가면서 밟으면 된다.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힘껏 뛰면 두 팔은 저절로 날개처럼 위로 활짝 펴진다.
몸무게가 차이가 나면 가벼운 사람이 약간 안쪽으로 서서 뛴다. 발뒤꿈치 뒤에 남은 나무 길이가 더 넓은데 그것을 두고 밥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균형이 맞아서 잘 뛰어진다. 초보자나 어린아이들이 할 때는 양쪽에 서서 손을 잡아주기도 한다. 잘못하면 바닥에 떨어져서 다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민속촌이나 박물관 같은 곳에서 널뛰기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지난해에 통영 어느 곳에 가니 널뛰기가 있어서 옛날을 생각하고 한 번 해 보았는데 부축을 받고 했는데도 잘되지 않았다. 몸무게도 늘었지만 그 동안 뛰어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농사를 다 거둔 빈 밭이나 마당에 끼리끼리 모여서 널 뛰기를 했다. 옛날에는 별다른 운동을 할 게 없었는데 널뛰기는 신체 단련과 재미를 동시에 만끽하는 민속놀이었다. 또 여자들의 외출이 자유롭지 못할 때 담장 밖의 세상 풍경과 거리의 남자들을 몰래 보기 위해 뛰었다는 옛말도 있다. 해가 바뀌면 저마다 새해에 할 일이나 이루고 싶은 일들을 계획한다. 운동을 하겠다거나 다이어트, 금연을 계획하는 분들이 많다. 작심삼일 作心三日이라고 그 계획들은 며칠만 지켜가다가 흐지부지해진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다면 연을 날리듯이 멀리 날려 보내고 새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면 널을 뛸 때 힘차게 뛰어내리듯 내년에는 하는 일이 모두 잘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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