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가 열리고 지하철 안이다 모르는 사람들 마네킹으로 나란히 앉아 우린 무언극의 등장인물이다 모두가 비몽사몽 안내방송을 듣는 사람은 없다
우연히 아는 얼굴을 만나 바쁜 표정으로 싱거운 말을 주고받는다 얼굴 좋네, 일은 잘 되지, 언제 밥 한 번 먹자
괄호가 열리고 지하철 밖으로 밀고 밀려나오는 등짝들의 안간힘 사방으로 흩어지는 말들
지하에서 지상으로 떠오르는 동원역 오늘이 보이고...
문득, 나는 생각 한다 그러므로 존재 한다*는 데카르트는 뭘 발견 했을까
지하철 꽁무니에 매달린 무심한 봄날,
내 빈손을 내려다보다가
괄호가 닫히고
바쁘지만 특별한 것도 없는 일상은 반복 된다. 그저 그런 날들을 지내다 우연히 만난 사람과 나누었던 영혼 없는 대화, 무심한 봄날은 지하철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우리의 삶도 괄호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예고 없이 닫힐 괄호. 빈손을... 내려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