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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회> 돌아오는 길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9/12/15 [15:25]

혼자이기에 외로운 것이 아니다 외로워서 혼자인 것이다

 

그대에게 버림받고 돌아오는 길
살얼음 낀 냇물 위에 푸른 달빛 바늘 끝처럼 돋아나는데
냇물을 건너는 발목이 시리다
돌아오는 길 위에서는 그리움마저 버려야 한다

 

첫눈이 오면 잊을 수 있으리라는 그대의 말은
해마다 첫눈이 오면
기억해 달라는 말은 아니었던가
혼자이기에 끊어진
그대에게 가는 길마저 끌어 안아야하고
그대가 버렸기에 나는 버릴 수가 없다

 

돌아오는 길이 혼자여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외로워서 나는 혼자이다.

 


 

 

▲ 정성수 시인   

들판은 휑했다. 추수는 이미 끝났고 멀리 산 뒤로 해가 지고 있었다. 물감이 번지듯 하늘이 붉게 물들어갔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오늘 따라 낯설었다. 항상 오가는 길인데도 마치 멀리 떠나 온 것 같았다. 발걸음은 무겁고 마음은 칙칙하다.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빈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혼자였다. 어린 날도 그랬다.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나서면 앞산 단풍나무가 유난히 빨갰고 노을이 층층 붉었다. 걷는 동안 매미처럼 등에 붙은 가방이 거추장스러웠다. 집에 돌아가도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부모는 들판으로 나가고 동생들은 산이나 냇가를 헤집고 다닐 것이다. 길가 큰 돌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우두커니 하늘을 바라보면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간다. 그런 때는 마치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낯선 곳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었다. 돌아가는 길이나 돌아오는 길은 정말 쓸쓸하기만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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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15 [15:2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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