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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기업을 지켜라
 
박치현 공학박사   기사입력  2019/12/16 [15:45]
▲ 박치현 공학박사

울산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을 닫는 중소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울산 경제가 동력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있다. 장기불황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앨라배마 몽고메리 자동차 공장에 17년 동안 22억6100만달러(2조7446억원)을 투자했다. 40만대의 자동차와 70만대 규모의 자동차 엔진을 생산해낼 수 있게 됐다. 3000명이 넘는 근로자들을 고용했다. 관련 부품산업에 55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의 투자도 5억달러(6070억원)에 이른다.

 

앨라배마 공장의 성공으로 기아차도 불과 85마일(137㎞)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조지아 웨스트포인트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65번 프리웨이에 인접한 앨라배마 공장 앞 `현대블루버드`와 85번 프리웨이를 따라 이름 지어진 `기아파크웨이`는 현대ㆍ기아차와 앨라배마ㆍ조지아의 협력을 상징하는 도로가 됐다. 앨라배마와 조지아는 토지 무상임대를 포함해 법인세 감면과 전기ㆍ용수 등 인프라스트럭처 지원을 몰아줬다. 현대차를 유치하려는 주정부 의지 덕분에 2005년 앨라배마 공장 준공식에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까지 참석했다. 서니 퍼듀 전 조지아주지사는 정몽구 회장 일정을 맞추느라 번번이 애를 썼다.

 

이제 웨스트포인트든 몽고메리든 현대차와 기아차 없는 두 도시를 상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자동차 부품기업뿐만 아니라 철강ㆍ타이어ㆍ기계ㆍ물류ㆍ정보기술(IT) 등 한국 기업이 인근에 생산기지를 조성했다. 현대글로비스도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 바로 옆에 대형 물류기지를 만들었다.

 

벤츠와 도요타도 인근에 자동차 공장을 만들었다. 남부 오토벨트는 미 북부 디트로이트에 버금가는 자동차 생산 거점으로 떠올랐다. 근로자들이 몰려들었고 인구가 늘어났다. 돈이 돌면서 지역 경제도 활성화됐다. 애틀랜타 하츠필드 공항도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이 됐다. 공장 유치의 파급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현대중공업도 본사를 서울로 옮겼다. 송철호 시장이 삭발까지 했지만 울림은 없었다. 현대중공업이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파장은 예상보다 크다.

 

최근 위기에 몰린 울산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경쟁력도 문제지만 비용 부담과 생산성 저하로 서서히 추락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중공업 협력업체들은 서서히 몰락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문을 닫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울산지역 경제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기업의 존재는 시민들의 생계를 이어가고, 소비와 일자리로 이어지는 경제활동의 원천이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했다. 울산은 지자체의 노력과 무관하게 수많은 자동차관련 공장이 들어섰다. 정부가 부지를 정해주고 산업단지 조성과 인프라 지원도 정부가 도맡아 했다.

 

지자체가 기업을 유치하고 여건을 조상해 준 것이 아니어서 지역기업과 공장에 대한 애정이 덜했다. 기업과 공장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했다. 그동안 울산시가 지역 기업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자성해 봐야 한다.

 

지역사회도 기업을 신뢰하고 진정성을 보여주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기업인들은 행정의 고자세와 무관심, 지나친 규제로 울산을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또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모두가 외면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하소연한다.

 

세계 각국과 달리 우리의 경제 정책은 역주행을 하고 있다. 잘 나가는 국가는 혁신을 위한 기업 활동 규제를 확실히 제거해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규제에 갇힌 기업들의 하소연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수혜 대상이어야 할 사람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 임시직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규정 강화로 실습 기회인 인턴 자리마저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연구개발이 힘들어지고 있다.

 

일본 기업의 연구실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독일과 스위스 등 선진국의 첨단산업 기업들도 밤샘연구가 일상이 되었다. 우리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신발 끈을 졸라매고 전력 질주를 해도 모자랄 판에 한가롭게 저녁이 있는 삶만 외치고 있다.

 

갈아 앉고 있는 울산 경제를 어찌할 것인가?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 웨스트포인트에 그 해답이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대기업은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일자리 창출에 더는 기여하지 않는다. 경제 성장 없이는 일자리 창출은 없다.

 

울산은 산업화 시대에 태화강의 기적으로 자동차와 중화학공업 강국이 됐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의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울산시의 지속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단기 지원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모델을 만들 때까지 지원해야 한다.

 

기업들의 산업 구조 변화도 시급하다. 대기업과 중소ㆍ벤처 간 경계가 허물어져야 한다. 산업간 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가 일자리를 창출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울산경제 재도약을 위해서 혁신에 올인 해야 한다.

 

바꾸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은 대칭적이지 않다. 지키려는 자는 바꾸려는 자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싸움에 쏟아 붓는다. 이를 설명하는 행동경제학 개념은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이다. 보유 효과는 왜 지키려는 자가 바꾸려는 자보다 더 악착같이 싸우는지 설명해 준다. 왜 개혁하고 진보하는 일이 본질적으로 어려운지도 이해할 수 있다.

 

개혁과 혁신의 벽은 방어의 벽보다 훨씬 높다. 뛰어 넘는 기업만이 생존한다. 벽을 넘을 수 있는 사다리를 지자체가 놓아 주어야 한다. 지자체 스스로 한계에 부닥치면 정부를 설득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야 한다.

 

울산은 우리나라 최대의 공업도시이다. 기업이 침몰하면 도시도 동반 추락한다. 기업의 생산 활동 규모가 울산시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  피터 드러커는 `새로운 사회(New Society)`에서 "기업의 대량생산은 새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했다"고 지적했다. 산업적 기업이 수익성을 키워 사회에 대한 책임을 표현하고 사회에 대한 개인의 관점까지 결정하는 것이다. 울산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기업의 이런 역할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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