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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엄마
 
이해원 시인   기사입력  2019/12/17 [17:07]

아빠가 엄마 손을 잘랐다 흙에 묻어 놓고 맨날맨날 들여다봤다 엄마는 한 손으로 빨래하고 밥도 했다 엄마의 남은 손 하나를 또 잘라서 흙에 묻었다 손이 없는 엄마는 다른 데서 손이 나왔다 흙에 묻어 놓은 엄마의 손은 점점 자라서 몸통이 되고 거기서 손이 나와 엄마가 되었다 또 손을 잘라서 묻으면 엄마가 되고 되고 되고 그래서 엄마는 수없이 많아지고 아빠는 선인장 화분을 아주 많이 갖게 되고 

 

엄마가 병원 가고 없으면 나는 집이 무서웠다 동생한테 엄마가 네 명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집에 유치원에 이마트에 그리고 피자집에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생은 엄마가 세 명 있으면 좋다고 했다 우리 집에 어린이집에 아이스크림 가게에도 엄마가 있으면 좋다고 했다 동생과 나는 내 엄마 동생 엄마가 따로따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빠는 잠만 자는 엄마를 산에 묻었다 산은 아주아주 큰 화분이라고 아빠가 그랬다 아저씨들이 엄마를 흙으로 덮으면서 마구 떠들었다 저러다가 엄마가 깨면 혼날 거라고 생각했다 누가 엄마를 꺼내가지 못하게 아저씨들이 흙을 꼭꼭 밟을 때 나는 기도했다 엄마 싹이 일곱 개 나오게 해 달라고, 아주 큰 엄마 화분을 다 만들고 아빠가 물을 뿌릴 때 나는 속으로 웃었다

 


 

 

▲ 이해원 시인   

아이들에게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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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17 [17:07]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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