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훈민정음에서 종성 `ㅇ` 과 `ㆁ`은 구별 됐다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12/18 [16:07]
▲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훈민정음 창제 당시 `ㅇ`과 `ㆁ`자는 구별됐다. 열려 있는 동그란 목구멍을 본떠 만든 목구멍소리 `ㅇ`은 성문 개방음이고, 혀끝이 목구멍을 막은 모양을 본뜬 어금닛소리 `ㆁ`은 성문폐쇄음이다. 그런데 지금의 교육에선 서양 언어학의 영향을 받아 목구멍소리를 성문폐쇄음이라 하고, `ㆁ[ŋ]`자를 폐지하고 `ㅇ`자로 쓰며, 우리말 초성 `ㅇ`을 숫자 `0`처럼 아예 음가가 없는 걸로 가르치는 바람에 국어가 매우 혼란스럽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선 `ㅇ`을 후음(喉音)이라 했고, `ㆁ`은 아음(牙音)이라 하여 달리 구별했다.

 

`喉(후)`는 목구멍을 뜻하며, `牙(아)`는 어금니를 상형한 글자이다. 훈민정음 해례편 3장 앞면에선 `목구멍(喉)`에 대해 "出聲之門(출성지문: 소리를 내는 문)", 곧 `성문(聲門)`이라 칭했다. 또 5행으로 목구멍을 `물(水)`로 보고, "물은 만물을 낳는 근원(水乃生物之源)"이라 함으로써 "목구멍은 온갖 소리가 생겼다가 돌아가는 근원"임을 암시했다. 훈민정음 언해본에선 `후음`을 `목소리`로 번역했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선 `목소리`를 다음 세 가지로 정의했다. ①목구멍에서 나는 소리≒성음, 후성, ②의견이나 주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③『언어』성대를 막거나 마찰시켜서 내는 소리^목구멍소리로 돼 있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해례본에서 말하는 `후음`의 개념은 ①의 `후성(喉聲)`이지, 현대언어학에서 말하는 ③번의 정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성대(聲帶: vocal cords)`라는 말은 1872년 이후에 생긴 현대어이다. 훈민정음에선 `목구멍`을 성문(聲門)으로 보는 반면, 현대언어학에선 `양쪽 성대 사이의 좁은 틈`을 성문이라 한다. ③번 정의에서 `성대를 마찰시켜서 내는 소리`는 [h]로 `ㅎ`에 해당하나, 성대를 막았다가 터뜨리는 성문파열음 [ʔ] 소리는 우리말에 없다.

 

혹자는 국제음성기호 중 성문파열음인 [ʔ] 을 `ㆆ`과 같은 음가의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나 잘못이다. 훈민정음에서 말하는 `후음`은 목구멍에서 발원한 소리가 최종 입 밖으로 나올 때까지 혀나 입술 등에 의해 일시적이라도 장애를 받아 구강 폐쇄되는 일 없이 나는, 문자 그대로 `목소리(喉聲)`다. 고로 기류를 일시 성대문(聲帶門)에서 막았다가 터뜨리는 음인 성문파열음은 목구멍이 비록 좁아지나 시종 열려 있는 `ㆆ`과는 전혀 다르다.

 

훈민정음 언해본을 보면, 지금은 받침 없이 `세`로 쓰는 `셰(世)`자 밑에 `ㅇ`을 썼다. 이른바 한자음에 대해 `초성+중성+종성`의 3성 체계를 갖춘 `동국정운`식 표기이다. 그리고 `종(宗)`자의 경우 받침에 `ㅇ`이 아닌 꼭지 있는 `ㆁ`자를 썼다. 왜 그랬을까?  자신의 말소리를 관찰해보자. 처음에는 `아` 소리를 내면서 소리의 진동과 입모양, 목구멍의 열림 등을 살핀다. 그 다음엔 `가` 소리를 내면서 정밀 관찰한다.

 

혀끝이 연구개 부위에 닿으며 목구멍을 막았다(`ㄱ` 소리)가 떨어지며 분명히 다시 목구멍이 열리는 `아` 소리로 돌아간다. `나` 소리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혀끝이 윗잇몸에 닿으며 구강을 막았다가 떨어지면서 종국에는 `나아` 비슷한 `나ㅇ` 식으로 비록 미약하지만 목구멍소리(ㅇ)가 난다. 세종이 동국정운식 한자음을 표기할 때 소리를 3분하여 종성에 `ㅇ`을 쓴 까닭이다. 세종은 편안한 문자생활을 위해 해례본 `종성해`에서 "종성 `ㅇ`은 경미하고 텅 빈 소리여서 종성에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된다(ㅇ聲淡而虛, 不必用於終)"고 설명한 후, 훈민정음 언해본에선 한자음에만 종성에 쓰고 `월인천강지곡`에선 한자음 또한 종성 `ㅇ`을 생략했다.

 

물론, 종성보다 강한 진동음인 초성 `ㅇ`은 반드시 썼고, `ㆁ[ŋ]`의 경우는 한자어와 토속어 모두 종성에서 생략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경미한(淡) 소리가 `없는 소리`는 아니라는 점이다. <사진>의 `솅(世)`에서 종성 `ㅇ`은 거의 묵음이나, 발음되지 않는 건 아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9/12/18 [16:07]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