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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회> 눈발
 
정성수 시인   기사입력  2019/12/22 [15:22]

눈이 눈발이 되어 뛰어내린다
천상에서 사바세계로 뛰어내리는 것은 빗금이다
뛰어내리는 것은
제 무게만큼의 속력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내 몸이 지상에서 등 떠밀려 가는 날
저 눈발처럼 쭈뼛쭈뼛 망설이지 않고 내 무게만큼의 속력으로
나는 뛰어내릴 것이다
그것은 추락이 아닌 눈발이 아닌

 

하염없는 사바세계에서 하염없이 꿈을 꾸다 가는 내 몸뚱이
잠시 후면 녹아버릴 저 눈발 같은 내 생

 


 

 

▲정성수 시인

어깨위에 떨어진 눈발을 떨며 현관을 들어서다가 눈밭에 흩어진 하루를 돌아보면 나의 하루는 행방불면行方不明이다. 눈이 오는 날 나풀나풀 내리는 나비 같은 눈이 아니라 사선으로 가슴을 휘비는 눈발이 되어 너에게로 가겠다. 가시밭을 헤쳐 온 내 삶을 눈발에 싣고서 하루를 걸어서 이틀을 걸어서 목숨 다하는 그 날 까지 가겠다. 그리하여 네가 사는 집. 지붕 위에 내리겠다. 네가 누운 구들장이 따뜻해지면 내 기다림은 눈물강이 되겠지? 그때 참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찾아왔노라고 겨울바람처럼 소리치겠다. 그러다가 끝내는 사라질 눈발이 되겠다. 혼자서 길을 가다 눈보라가 날리면서 눈발과 눈발 사이에 끼어보아라. 사는 일은 사이와 사이에 끼어 비명을 지르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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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22 [15:22]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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