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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鄕人) 인향(人㕿)
 
유서희 수필가   기사입력  2019/12/23 [18:05]
▲ 유서희 수필가    

몇 개월 전, 우연한 기회에 고향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첫만남이었지만 같은 고향이라는 말에 낯설음은 금세 사라졌다. 12월에 있을 고향사람들 모임에 참석하라는 적극적인 권유에 그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부모님 모두 별세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집마저 팔게 되자 고향에 갈 기회가 거의 없어졌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향에 대한 향수가 깊어져 가던 차에 고향사람과의 만남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최근 문어발처럼 늘어난 모임을 줄여야겠다고 느끼던 차에 또 다른 모임에 가입한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었으나 고향 모임이라는 점에서 강한 끌림을 외면할 수 없었다.

 

드디어 향인들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큼직한 원형 테이블 위에는 각 면 소재지별 지명이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청도면` 그 이름을 되뇌기만 해도 울컥 눈물이 솟구쳤다. 몇 개월 전 만났던 향인이 향우회 회장으로 취임하는 자리이기도 하여 참석의 기쁨이 더 하였다. 꽤 넓은 장소였지만 빈자리를 거의 다 채우고 있었다. 같은 청도면 소재 안에서도 어느 동네 누구인지 통성명을 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이미 해마다 참석하거나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정을 나누고 있었다.


선후배를 떠나 같은 하늘 아래에 고향을 두었다는 공통점에 깊은 유대감을 느끼며 자연스러운 정감이 묻어났다. 테이블에는 두 달 전쯤 향우회의 임원 모임에 참석하여 가입인사를 할 때 알게 된 오라버니가 앉아 있었다. 같은 청도면이라는 점이 반가웠지만 언니의 중학교 동기라는 점이 더욱 허물없이 가까워지게 했다. 그날 명함을 주고받았지만 그동안 연락 한 번 없었으나 늘 보아왔던 동네 오빠처럼 편안했다. 고향은 그런 것이다. 긴 말 하지 않아도 그저 느껴지고 통하는 것. 인향 만리라 했던가.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 했다.

 

그러니 향인의 인향은 오죽하랴. 오랜 세월 서로 다르게 살아온 시간들을 한 순간에 같은 마음이게 하는 힘, 그것이 고향인 것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손 마주 잡고 부모님의 존함과 택호를 떠 올리며 마음길을 열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동치미 국물 같은 향인의 향기가 전해져 온다. 향우회의 정기총회가 끝나고 회장 이.취임식이 진행되었다. 환호성과 함께 밀양 내 각 읍.면 단위별 기旗가 입장하자 분위기가 상승 되었다.

 

그 분위기를 이어 밀양 출신인 예인(藝人)들의 흥을 돋우는 무대가 펼쳐졌다. 이어서 같은 고향의 가수가 출연하여 한바탕 흥겨운 무대가 절정을 이룬 뒤 행운권 추첨이 시작되었다. 상품이 워낙 크다 보니 모두들 필사의 눈빛을 반짝였다. 사회자의 노련한 진행으로 첫 행운권 주인을 찾기 시작했다. 첫 행운상은 지금까지 행운권에 당첨되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준다는 말에 번쩍 손을 들었지만 소리가 약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 부끄워하는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고향 오라버니가 일어나 큰소리로 `여기`를 외치자 드디어 사회자의 귀를 열어 첫 행운상을 받게 되었다.

 

이 해가 가기 전에 행운상을 받아 보는 기쁨도 가져 보았다. 고액의 선물들이 모두 주인을 찾아가고 행사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행사장을 나오는데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의 포장지에 담긴 무안 맛나향 고추까지 선물로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풍성했다. 명절날 고향집에 다녀오는 듯했다.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지고 있었다. 사랑방의 구들장을 데우는 아궁이의 장작불이 되어 온기로 채워지고 있었다. 향인들의 인향은 고향과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아랫목 이불 속의 밥처럼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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