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는 건설의 유전자가 숨어있다
끊임없이 세를 넓히려는 짓고 또 짓고 올리고 또 올려 땅으로 하늘로 영역을 넓힌다 고층 건물은 낮은 건물의 머리를 내려다보고 초고층 건물은 고층 건물을 비웃듯이 내려본다 최첨단 스마트 인텔리전트 수식어를 장식처럼 달고 숨구멍처럼 좁은 공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집념은 곳곳에 땅콩 하우스를 키운다
사람들은 혹한과 혹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에도 잠들지 못해 망치를 두드린다 모를 것이다 그들을 조종하는 게 도시의 본능이라는 것을 빽빽이 들어서 반짝이는 건물들 언젠가 바벨탑처럼 무너질 운명을 모르는지 표정이 없다
하이에나처럼 빈 곳을 찾아 헤매던 도시, 파괴 유전자가 작동한다
내가 사는 위성도시는 항상 공사가 끊이질 않는다. 어느 날, 멀쩡하던 백화점이 철거 되고 초고층 오피스텔을 짓기 시작했다. 이 십 년 넘은 우리 아파트는 재개발, 리모델링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문득,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고 어쩌면 이 모든 일들이 사람이 아니라 도시가 조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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