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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해를 마무리 하며
 
편집부   기사입력  2019/12/30 [17:05]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목도하면서 그에 따른 희망도 저버리지 않았다. 낡은 것이 무너지고 새로운 것이 들어차기까지의 혼란을 인내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변화보다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다. 그래서 이제 기약 없는 희망을 좆아 여전히 갈등을 감내해야 할지, 아니면 이쯤에서 희망을 접고 혼돈을 거부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순간에 서 있다.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선택했다. 이전 보수 세력의 오만함과 무능력이 이를 자초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권력집단도 이들과 크게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어느 측면에선 그들과 버금가거나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최근 울산에서 불거진 정치적 사건들은 우리를 아연 실색케 할 정도다. 누구의 잘잘못인가를 떠나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이전 시장 주변 측근에 대한 비리의혹이 제기됐다.


사실 여부를 떠나 항간에 그런 루머가 나돌았다는 이야기 아닌가. 배나무 아래서 어떻게 갓 끈을 고쳐 맸기에 그런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가. 이를 간파한 상대방이 선거에 악용했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스토리`다. 사법당국이 처리해야 할 일을 선거에 이용했다면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때문에 이 정도만으로도 현 권력집단은 치명타를 맞은 것이다.  


적폐청산이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해선 안 된다. 또 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꾸는 수단이 돼서도 안 된다. 인위적으로 그것에 타당성을 설정하고 과거청산이 변화를 유도하는 도구로 이용되면 적폐는 또 다른 적폐를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화를 위한 적폐청산의 만료기한을 기약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걸핏하면 전래의 보검을 휘두를 자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변화를 반기기보다 두려워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특히 보수개혁 층으로 분류되는 시민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국민주권 확대를 반대할 국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극대화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요즘 노동계가 정부더러 `빚 갚기`를 요구하고 있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자신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으니 이제 그 몫을 내 놓으란 것과 다름없다. 마치 국민의 권한을 정부수립과 주고받기 식으로 교환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지난날의 잘 잘못을 따지는 일이 전국 범위로 파급되면 이는 자칫 약자를 압박하는 방법으로 준용될 여지가 있다. 정권의 위세를 등에 업고 상대방의 약점 찾기나 저변 세력 확대로 이어l지는 현상이 울산 지역에서도 이미 일부 나타나고 있다. 어제까지 동지였던 사람들이 이전의 비밀을 서로 폭로하고 등을 돌리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철 천지 원수에 가까웠던 사람들이 같은 무리를 지어 공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돌이켜 보면 올 한해는 격랑의 시기였다. 한마디로 타협보다 대립을, 개혁보다 청산에 국가와 사회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다시피 한 한 해였다. 정권 교체 이후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법당국의 호출을 받은 경우도 역대 정권 이래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개인과 단체의 요구와 욕구도 올해만큼 분출된 적이 별로 없다. 울산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 2016년에 이어 올해 다시 임단협 타결을 내년으로 넘긴 것이 그 한 예 아닌가.


하지만 밤이 지나야 새벽이 오고 어둠은 빛을 예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의 혼란과 갈등, 대립과 모순은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약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둠 속에 갇혀 앞으로 다가올 빛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갈등과 혼란에도 불구하고 다시 여명을 기다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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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30 [17:05]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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