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드락길이 마을 쪽으로 가고 있다
한 자드락에 들깨밭을 일구고 한 자드락에 땅콩밭을 일구고
올해 농사도 닷 되 한 홉은 될 거라며 따라나선 칡넝쿨손이 귀뜸을 한다
길에게 물었다
깻잎 서너 장 엽서로 접어가도 되겠냐고 땅콩 서너 알 손톱달로 엮어가도 되겠냐고
깻잎을 따는데 미안한 생각이 자꾸 들어 여기 파랗게 혼자 서 있으니 외롭지 말을 건넸다
땅콩밭을 지날 때 눈치 빠른 넝쿨손이 얼른 한 포기를 일으켜 세웠다 올망졸망 올라오는 어린 땅콩알들
아니야아니야 가을에 다시 올게, 덜 여문 약속을 흙속에 묻어주었다
맨 처음 길을 열어주는 이에게 한 해 농사 다 내어주고 업은 길 추스르며 마을 쪽으로 올라가는 산모룽이 외길
저녁연기가 자드락자드락 마중 나오고 있었다
지름길을 찾다 잘못 들어선 산모룽이 외길, 자드락길이 저녁연기가 마중 나오는 외딴 마을로 올라가고 있었다. 길을 놓치고 느릿느릿 뒤돌아가는 저녁 무렵 그 길가엔 쪽파 한 움큼, 들깨 몇 포기, 땅콩 몇 줌이 착실하게 여물어가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며… 자드락길은 곳간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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