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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초기의 초성 `ㅻ`과 종성 `ㅄ`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20/01/05 [16:24]
▲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세종실록은 양력 1444년 1월19일자 기록에 임금이 훈민정음 28자를 창제했다고 밝혔다. `國之語音(국지어음)`으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1446년에 완성됐다. 세종대왕은 그로부터 4년 뒤인 1450년 양력 3월30일에 돌아가셨다. `나랏말싸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언해본은 1459년 간행된 `월인석보` 권1에 실려 있다. 고로 1444~1459년까지의 기간을 `훈민정음 창제 당시` 또는 `훈민정음 초기`로 보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세종 사후에 간행된 `월인석보` 권19 제17장에 `ㅻ`이 쓰인 말이 보인다. 현대말로 `사내`를 뜻하는 `ㅻㅏ해`가 바로 그것이다. 오직 1459년도의 월인석보에만 쓰였다가 곧바로 사라진 `ㅻㅏ`는 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 글자일까? `ㅻㅏ해`가 `사나해→사나히→사나이`의 변천과정을 거친 말이므로, 비록 `ㅻㅏ`가 1음절로 쓰였지만 `사나`의 2음으로 읽어야 할까? 아니면 영어식으로 `스나`의 2음으로 읽어야 할까? 그럴 경우 모순되지 않도록 `ㅼㅏ(地)`는 `사다`나 `스다`로 읽어야 한다. `ㅼㅏ`는 `땅`을 뜻하는 1음의 된소리(요즘 표기로는 `따`)이기 때문에 `ㅻㅏ`가 2음으로 읽는 글자일 거라는 추정은 `ㅼㅏ`에 의해서 오해임이 판명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ㄷ`과 달리 `ㄴ`에는 된소리가 없다. 따라서 초성 `ㅻ`의 `ㅅ`은 결코 된소리부호, 곧 `된ㅅ`이 아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부터 지금의 24자 체계 `한글`에 이르기까지 우리글에 있어 불변의 법칙이 있으니 "1음절의 글자는 1음으로 읽는다"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없(無)`자는 `업`으로 읽지 2음의 `업스`로 읽지 않는다. `없`을 읽을 때 `ㅅ`은 소리 나지 않는 묵음이다. 또 1음절의 `젊`자는 `점`으로 읽지, 아무도 2음의 `절므`로 읽지 않는다. `젊`을 읽을 때 `ㄹ` 역시 묵음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ㅻㅏ`를 읽을 때는 `ㅅ`과 `ㄴ` 중에서 어느 하나가 묵음이 된다. 세종께서는 서로 다른 두 글자 또는 세 글자를 합친 자음 무리를 `합용병서(合用竝書)`라 불렀다. 초성 자리에 쓰인 대부분의 합용병서는 된소리이다.

 

2019년 7월23일자 `훈민정음 세 글자 초성 ㅴㆍㅵ은 대체 무엇일까` 편에서 밝힌 것처럼, 세 종류의 된소리 부호인 `ㅂ`과 `ㅅ`, `ㅄ`은 자기 오른쪽에 있는 글자가 된소리임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2자든 3자든 맨 우측 글자가 된소리의 주장(기본 소리)이 된다.  그러니 `ㅶㅏㄱ`의 `ㅶ`는 오른쪽의 `ㅈ`이 주장이므로 현대식 표기로는 `짝`으로 읽는다. `ㅵㅐ`의 `ㅵ`는 맨 오른쪽의 `ㄷ`이 주된 소리로 현대식 표기로는 장음이기 때문에 `때~[때:]`로 읽는다. 그처럼 문제의 `ㅻㅏ`는 합용병서 중에서 우측의 `ㄴ`이 주장으로 `나`로 읽으며, 맨 앞의 `ㅅ`은 묵음이 된다. 

 

우리는 일제의 `언문철자법(1930)`에서 "「업다」(無)는 「업다, 업서서」라고 쓰고 「없다, 없어서」라고 쓰지 아니함."이라 한 것을 조선어학회의 `한글마춤법통일안(1933)`에서 `업다`를 버리고 `없다`로 쓴다고 책정한 사실을 통해 `ㅻㅏ`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없`은 `업서` 또는 `업스니`란 말에서 `업`의 뒷말 초성 `ㅅ`을 앞쪽으로 당겨쓴 `합성자` 또는 `축약자`이다. 종성에 쓰인 `ㅄ`은 `ㅂ`으로 읽으며, 초성 `ㅅ`의 된소리인 `ㅄ`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소리이다.

 

종성에 `ㅄ`을 쓴 예는 <사진>에서처럼 `월인석보`에 최초로 보인다. `석보상절 24-20(1447)`에서 `답답해져`를 뜻하는 고어 `답ㅺㅕ[답껴]`는 `ㅺㅕ`가 된소리인데, `월인석보 17-16(1459)`에서는 `ㅅ`이 `답` 쪽으로 이동하여 `ㅤㄷㅏㅄ`으로 표기됐다. 이는 `없`처럼 표기의 융통성으로, 손님격인 `ㅅ`은 묵음이 된다. 그와 유사하게 `ㅻㅏ`는 2음절 `사나`를 축약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훈민정음 초기의 실험적 `합성자`이다. `ㅻㅏ`는 `나`의 1음으로 읽되, 표의문자처럼 그 어원인 `사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형태소적 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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